8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9조 원 이상 불어나며 집값 급등기이던 2021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뛰어오른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부채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가계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8000억 원 증가해 2021년 7월(15조3000억 원)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 원 불어났다. 2021년 7월(9조700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5000억 원 증가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담대 증가 폭은 8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1조3000억 원 증가하며 4월(100억 원) 이후 처음 상승 전환했다.
최근 대출금리 인상과 각종 대출 제한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대출 한도도 높은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이 옮겨 간 것이다. 또 대출 수요가 주담대에서 신용대출 등으로 옮겨 가는 등 ‘풍선효과’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렇듯 증가세가 지속되며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된 가계부채를 두고 국제기구도 우려를 표시했다. BIS는 최근 발표한 정례보고서에서 “민간신용 증가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라고 평가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 비금융기관의 부채를 말한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로 100%를 넘어섰다. 이 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다. 보고서는 민간신용이 증가하면 투자 확대 등으로 성장이 빨라지는 효과도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면 오히려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9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은행권의 가계대출 자율 규제 등의 영향이 통계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추석 명절로 9월은 영업 일수가 적은 데다 3분기(7∼9월) 결산 때 매·상각되는 부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면 가계부채 상승분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을 이사철 수요, 기준금리 인하 전망 등을 고려해 9, 10월을 자세히 모니터링하며 추가 대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