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 위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할 때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9월 14일 09시 36분


[이학범의 펫폴리] 개 사육 농장 동물 인수에 상당한 비용 들어… 별도 재원 필요성↑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2월 제정된 ‘개식용종식특별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3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이때부터는 개 사육, 도살, 유통, 판매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3년 안에 전업 또는 폐업해야 하는 개식용 관련 업체는 5625개입니다. 이들 업체를 어떤 기준으로 보상·지원할지에 관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인데요. 최근에는 이와 함께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됩니다. 바로 ‘개농장’에서 사육하던 개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2027년 ‘개식용종식특별법’ 시행 이후 ‘개농장’ 개들을 어디에 수용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2027년 ‘개식용종식특별법’ 시행 이후 ‘개농장’ 개들을 어디에 수용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보호센터, 지금도 유기동물 절반 죽어나가

정부가 파악한 개식용 관련 업체 5625개 중 개농장은 총 1507개입니다. 여기서 사육하는 개 두수가 상당한데, 당장 개식용이 금지된 이후 이 개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논란인 것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를 통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개농장 개들이 갈 곳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뿐인데, 현실적으로 이곳에서 개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입법조사처 지적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향후 개식용종식특별법 적용 대상이 되는 개 두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을 지자체가 인수해 보호 조치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2023년 기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총 228개입니다. 그중 71개(31.1%)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이고, 나머지는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3년 1년간 228개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유기동물(유실동물 포함)은 총 11만3072마리였습니다. 전국적으로 매일 300마리 넘는 유기동물이 센터에 입소된 셈입니다.

동물보호센터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공간에도 제약이 있어 유기동물을 평생 데리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11만3072마리 유기동물 중 절반가량이 보호센터 내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18.0% 안락사, 27.6% 자연사). 참고로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 평균 보호 기간은 27.8일에 불과합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이 평균 한 달도 머물지 못하는 거죠. 물론 원주인에게 돌아가는 경우(12.1%)나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되는 경우(24.2%)도 일부 있었지만요.‌

유기동물이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세금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23년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총 373억8512만 원으로 전년 대비 26.8%(79억1000만 원) 증가했습니다. 유기동물 관리에 투입된 세금이 3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 “독일 반려견세처럼 우리도”

국회입법조사처는 “개농장의 개들을 빠른 시간 내 지자체가 인수해 적절히 사육·관리하고 이후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설보호센터(민간동물보호시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당장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를 추가로 만들거나 기존 공간을 대폭 확장할 수 없을 테니, 사설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거죠. 또 이런 정책을 펴려면 재원이 필요하기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반려동물세제 도입 등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유기동물에 매년 300억 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하고, 개식용 관련 업체의 전·폐업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데 불만을 가진 국민이 많습니다. 여기에 사육하던 개들의 관리를 위해 또 세금을 써야 한다면 반발이 클 겁니다. 따라서 아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거죠. 일명 ‘반려동물 보유세’입니다.

이전 글(동물등록 갱신제)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부는 2020년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비판을 받고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당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①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②반려동물 관련 정책과 반려견 놀이터 등 반려동물 시설을 만드는 데 점점 많은 세금이 투입되니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보유세를 조금씩 내서 당당히 관련 정책 및 시설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릅니다. 개식용 종식과 관련해 반려동물 보유세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개농장 동물들의 인수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보유세를 통해 별도 재원을 마련하면 지자체의 각종 동물복지 정책도 좀 더 확대·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일에서 지방세 일종으로 운영하는 ‘반려견세(Hundesteuer)’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번 계기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신설하면 개식용이 완전히 종식되고 개농장 개들의 관리가 끝나도 동물보호복지에 쓸 세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논란 속에 철회됐던 반려동물 보유세. 과연 개식용종식특별법을 기점으로 도입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다 같이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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