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단행했다”…한은도 10월엔 금리 내릴까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9월 19일 07시 34분


금리 낮췄다간 가계부채·집값 폭발
동결 하자니 내수 부진 우려
내수·집값 딜레마에 10월 vs 11월 인하 팽팽
내수 부진에 10월 인하 목소리 커질 전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2002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낮추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나섰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값 폭등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등 우려 등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국내 사정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고민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은은 줄곧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추진 상황에 따른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후 금리를 움직이겠다고 시사한 상태다. 9월에는 8월 말 대출 막차 수요가 사라지고, 추석 연휴 영향에 가계대출이 주춤할 것으로 보이면서 추세적인 하락이냐 일시적이냐에 대한 해석에 따라 10월과 11월 인하 전망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美 금리 인하 돌입…연내 0.5%p 추가 인하 시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낮췄다.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인하됐다. 매파로 분류된 보우만 이사가 0.25%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아울러 FOMC는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금리는 내년 0.1%포인트, 2026년은 0.5%포인트 더 낮아져 2.75%~3.00% 범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종전 2.0%에서 낮춰잡았다. 실업률은 올해 4.4%로 현재(4.2%)보다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며 “지금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면서 “경제 성장률은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굉장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美 금리 인하에 물가도 안정세…하지만 ‘집값’이 발목

결과만 보면 미국이 경기 침체 우려에 결국 빅컷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은도 이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 간단하다. 우리나라 물가는 2%대로 떨어지며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 이창용 총재는 이달 초 컨퍼런스에서 “이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집값과 가계부채 급등이 금리 인하를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3% 올라 25주째 상승했다. 상승폭도 전주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 결과 가계대출은 치솟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8000억원 불어나며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한달 새 8조2000억원 늘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9월 가계대출 증가세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주택 가격은 큰 흐름이 있기 때문에 이게 단기간 내에 사실 확 꺾일 거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는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직전인 8월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데 다, 추석 연휴가 끼면서 9월에는 전달보다 증가세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오른 집값 수준이 낮아지기는 어려운데 다, 강남권 오름세가 서울 전지역과 수도권 등으로 파급되면서 증가세 둔화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집값·가계대출 추세 10월까지는 봐야”

시장에서는 한은이 인하 조건으로 내세운 물가 안정과 한미 금리 역전차 축소가 이뤄졌지만, 집값과 가계부채가 당분간 잡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10월 인하에 주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추석 연휴 효과에 9월 가계대출이 잡힐 순 있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10월까지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외환 시장 변동성도 문제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환율이 안정될 수 있지만, 곧바로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이 다시 급등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일본은행이 최근 금리 인상을 천명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며 외국인 자금이 일본으로 이탈할 수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간담회를 보면 9월과 10월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는 11월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을 직접 거론한 만큼 10월에는 2명 정도가 인하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빅컷이 나오면서 한은의 두번째 인하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본다”면서 “당초 연내 11월 인하를 결정한 후 내년 1분기 추가 인하는 어렵다고 봤지만, 연준의 빅컷으로 한은의 추가 인하는 내년 2월 정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미 금리 역전차 1.5%p로 축소…금리 인하 목소리 커질 전망

반면, 한미 금리 역전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지면서 한은이 3.5%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화된 대출 규제가 9월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5대 은행의 이달 12일까지 주담대 잔액은 전월보다 2조2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9월 5대 은행 주담대는 8조9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만 보면 한은의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면서 “미국의 빅컷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기면서 금통위가 10월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는 엉망인데 반해 가계부채는 높은 수준이지만 연체율은 높지 않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내린만큼 한은도 10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가량 기준 금리를 낮춰 서둘러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빅컷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금리 인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월 금통위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비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물가 안정세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고 압박했다

이달 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차 내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실장은 “8월에 금리를 내려야 했다”며 한은의 실기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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