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에 사는 문모 씨(32)는 와인을 주로 편의점에서 구입합니다. 필요한 제품이 생기면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재고가 있는 곳을 검색한 다음 가장 가까운 곳을 찾는 방식입니다. 문 씨는 “편의점이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와인 멤버십 등을 활용하면 제품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며 “20만 원대 샴페인 등 고가 와인을 살 때도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편의점이 와인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와인 소비가 대중화했는데, 접근성을 무기로 한 편의점들이 이 기회를 파고든 것이죠.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요즘은 신상품을 내놓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채널이 편의점”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이 수입사의 거래처 50여 곳 중 GS25가 거래액이 가장 큽니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팬데믹 당시 정점을 찍은 뒤 수년 째 감소세입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와인 수입량은 2020년 5만4126t에서 2021년 7만6575t으로 늘었습니다. 그리곤 2022년 7만1020t, 지난해 5만6542t으로 떨어졌죠. 올해 상반기(1~6월) 수입량도 2만4460t으로 작년 동기의 3만1309t 대비 21%나 줄었습니다.
그런데 편의점의 와인 매출액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매년 두자릿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편의점업계 관계자에 물어보니 “옛날에는 편의점이 담배로 손님을 끌어들였다면 요즘은 와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GS25가 자체적으로 조사했더니 주류를 픽업하러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25.2%가 9700원어치의 다른 물건을 추가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담배 사러 왔다 맥주까지 사는 것처럼 와인 사러 들렀다 치즈까지 구매하는 겁니다.
GS25는 2020년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인 ‘와인25플러스’를 도입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와인, 위스키 등 원하는 술을 주문한 뒤 매장에서 찾아가는 방식인데 주문건수가 연간 100만 건이 넘습니다. 와인25플러스에서 팔리는 와인의 평균 금액대가 3만8000원 수준이라고 하니 ‘와인 고객’ 4명 중 1명의 객단가는 5만 원에 가깝다는 뜻이 됩니다. 편의점으로선 숨은 황금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븐일레븐은 2021년 11월 아예 ‘와인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매달 선보이는 구독권은 판매 이틀 내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주류는 온라인 커머스가 대세인 요즘에도 인터넷으로 사기 어려운 몇 안 되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 주류 온라인 판매 규제가 이어지는 한 편의점의 ‘와인 전성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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