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험개발원은 1∼4차 확산 사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병상 30개 이상 병원 4235개 중 다음 달 25일 즉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283개(6.7%)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47곳 모두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 비율은 각각 39.9%, 2.7%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EMR 업체의 낮은 참여율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자체 EMR 시스템을 갖춘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은 진료 기록을 위해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병원에서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으로 의료비 증명서류를 보내기 위해서는 EMR 업체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원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EMR 업체 54개 중 19개만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했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큰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와 EMR 업체들은 비용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12일 금융당국도 관련 간담회를 열고 양 업계의 조속한 의견 조율을 당부했다.
당초 보험개발원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한 업체에 유형당 1200만 원 내외의 개발비와 병원별 설치비 10만∼15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더 높은 수준의 설치비와 별도의 유지·보수비 등을 요구했다. 기존 지원 금액의 10배가 넘는 설치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일종의 수익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며 “합리적인 비용 수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EMR 업체 측은 “거리 등 조건이 다른 병원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관련 교육, 유지·보수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적절한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다면 병원마다 청구 방식에 차이가 생겨 소비자의 불편함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에는 약 6만9000개에 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산화 시행도 앞두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더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역시 20일 EMR 업체들과 실무 협의를 여는 등 논의를 이어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EMR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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