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이 수신 잔액이 100조원선 아래로 후퇴한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연 4%대 정기예금이 두 달 만에 다시 등장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아 이전과 같은 수신 경쟁보다는 수신고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전국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연 4.10%를 나타냈다.
우리·상상인플러스·유니온·조은저축은행 등이 4%대 정기예금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저축은행의 정기예금(비대면) 금리가 연 4.10%로 가장 높으며 상상인플러스·유니온·조은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0%다.
저축은행권에서 연 4%대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한 것은 7월 중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수신금리 상승세에 저축은행권 평균금리도 뛰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0일 기준 3.68%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가 올랐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낮춘 시중은행과 상반된 흐름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왔다.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42%다.
저축은행권은 1년 만기 정기예금뿐만 아니라 9개월 만기 정기예금, 입출금예금 상품의 금리도 인상하는 추세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전날 최대 연 3.8% 금리를 주는 간편결제 우대 입출금예금 ‘간편페이통장’을 출시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정기예금(1년) 금리를 최고 3.9%로 0.3%포인트 올리고 9개월 만기 구간을 신설했다. 9개월 만기 정기예금에도 12개월과 동일한 최고 3.9%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잔액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수신 잔액 규모는 2년 8개월 만에 100조원을 밑돌았다. 7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99조9128억원으로 2021년 11월(98조6843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수신이 감소하면서 조달이 필요한 중소형사 위주로 예금금리를 단기간 올리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대출 영업이 어려워 저축은행들이 수신 규모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부진에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 규모도 100조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7월 말 기준 96조9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금리 인하기는 저축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지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과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영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대출 영업을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수신 잔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