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이 도심숲으로… 시민들과 3000그루 ‘마이트리’도 심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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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3부 〈4〉 현대百 탄소중립 프로젝트
유휴공간에 단풍-매화 등 수백그루… 청주 리그린 파크, 새 ‘핫플’ 떠올라
서울선 시민 2200명과 공원 조림
용인엔 5만평 규모 숲 조성 중… 3만그루 식재땐 탄소 年84t 흡수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 리그린 파크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담뱃잎 보관 창고로 사용됐던 해당 공간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사단법인 생명의숲의 합작으로 도심 속 숲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 리그린 파크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담뱃잎 보관 창고로 사용됐던 해당 공간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사단법인 생명의숲의 합작으로 도심 속 숲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주=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리그린 파크’.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250㎡(약 75평) 규모 정원이다. 이곳엔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계수나무, 조팝나무, 황매화나무 등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나무 수백 그루가 있다. 나무 사이엔 사람들이 둘 혹은 셋씩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안개 분수와 조경석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인근 직장을 다닌다는 회사원 임정혁 씨(29)는 “점심시간에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주 이용한다”며 “도심 생활반경 안에 녹지가 있다 보니 한층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도심 한복판 폐공장이 숲으로 변신

리그린 파크는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복합문화공간 ‘동부창고’ 내에 자리하고 있다. 동부창고는 폐담배공장을 쇼핑몰로, 인근 창고 건물을 박물관 등의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최근 청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주변에는 오피스빌딩과 학교도 있다.

리그린 파크는 지금은 쓸모가 없어진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야외 담뱃잎 보관 장소가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4월 사단법인 생명의숲과 함께 만들었다. 도심 한가운데 작지만 예쁜 숲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에선 화제다. 물론 멀리 사는 이들 중에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친환경 사업인 ‘탄소 중립의 숲’의 확장 모델로 지역사회에 방치된 유휴공간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하고 있다. 청주의 리그린 파크는 이 사업에 의한 1호 정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도 협의해 도시 숲 가꾸기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주요 공원에서 진행 중인 도시 정원 만들기도 같은 맥락의 사업이다. 특징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현대백화점은 2월부터 서울시와 ‘서울 마이트리 내나무 갖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비용은 고객과 현대백화점이 반반씩 부담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은 △북서울꿈의숲 △월드컵공원 △용산가족공원 △중랑캠핑숲 △경춘선숲길 △율현공원 △문화비축기지 △서서울호수공원 △선유도공원 △서울식물원 △암사역사공원 등 11곳이다. 기부를 통해 식재된 나무들 주변에는 시민들이 관련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시설을 설치했다. 프로젝트 확산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2200명의 고객이 참여해 총 3000여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다.

● 시민 건강권 확보에 친환경 활동 기회도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이 도심 숲 조성에 나선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 환경을 만든다’는 커다란 목표 아래 당장 기업이 무엇부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결국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도심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은 압축 성장과 빠른 산업화로 인해 도심 녹지공간이 부족한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도심 곳곳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건강권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주거지 주변 녹지 수준과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도심 속 녹지공간은 수면에 도움이 되는 건강행동을 늘리고 대기오염이나 폭염 등 환경적 요인에도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도시 곳곳에 작은 녹지공간이 있으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심 숲은 메시징 효과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친환경 가치에 대한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그룹처럼 시민들을 직접 친환경 활동에 참여시키는 프로젝트가 늘어날 경우 일상에서의 친환경 문화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 산림청과 5만 평 숲 조성

현대백화점그룹은 산림청과 손잡고 대규모 숲을 조성하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탄소 중립의 숲이라는 프로젝트명은 일상생활과 산업활동 등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한다는 의미의 조림(造林) 사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산림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듬해부터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16.5ha(약 5만 평) 규모 국유림에 밤나무, 상수리나무 등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수종을 2만5000여 그루 심었다. 2025년까지 약 3만 그루를 식재한다는 게 목표다. 회사 측은 계획대로 숲이 조성되면 연간 약 8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 가구 제조·유통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도 산림청과 함께 축구장 12개 크기의 숲을 운영 중이다. 현대리바트는 2009년 경기 평택시에서 3만9669㎡(약 1만2000평) 규모 땅에 소나무 5000그루를 심었다. 연간 40t 이상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리바트는 2022년 경기 양주시에 벚나무, 느티나무 등이 식재된 4만9586㎡(약 1만5000평) 규모 숲을 추가로 만들어 지역사회와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산림청#대규모 숲 조성#리그린 파크#마이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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