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째 동결로 수익성 악화 전망
정부, 물가 자극 우려에 인상 신중
“한전 적자해결 어려워져” 지적 나와
정부는 23일 올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2분기 인상 이후 6분기 연속 동결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재무구조가 연일 악화되는 와중에도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요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전의 주가도 향후 실적 악화 우려가 반영되며 8.4% 폭락했다.
한전은 2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통해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조정요금은 연료비조정단가에 전기 사용량을 곱한 값으로,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석 달간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계속 ‘+5원’이 적용돼 왔고 이번에도 +5원이 그대로 유지됐다.
올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 원을 넘는다. 한전의 재무 상태만을 봤을 때는 전기요금 인상이 매우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여름 폭염이 지나고 전력 사용량이 점차 줄어드는 9월 말∼10월 초는 전기요금 인상의 적기로 꼽힌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기회는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전력 생산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전력 생산비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데 계속 동결 기조로 가고 있어 점차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 등 다른 공공요금과 대중교통비 인상 가능성이 여전하고 내수 경기가 매우 침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결정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면 겨우 2%대로 안정화된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이는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 구성 요소 중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은 언제든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웬만큼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방송에 출연해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50% 인상됐다. 국민 부담이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며 한전 재무구조, 에너지 가격 등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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