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車 수입 사실상 금지… 대선앞 中때리기 강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4일 03시 00분


中 SW 장착한 커넥티드 차량 등
2026년 생산분부터 수입-판매 금지
韓, 美에 요구한 2년 유예기간 확보
제재 대상 축소 안돼 리스크로 남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 시간)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산 소프트웨어(SW)를 장착한 차는 2027년형(2026년 생산)부터, 통신기기 등 부품을 장착한 차량은 2030년형(2029년 생산)부터 수입과 판매가 금지된다. 11월 5일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분야에서도 대(對)중국 제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가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격전지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차량에도 일부 중국산 부품이 사용되고 있어 불똥이 한국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中 드론-IoT 등도 제재 가능성”

중국 바이두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무인택시 내부 모습. 차량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치를 통해 스마트폰과 비슷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이두 캡쳐
중국 바이두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무인택시 내부 모습. 차량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치를 통해 스마트폰과 비슷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이두 캡쳐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 러시아와 연관된 특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커넥티드 차량(이동통신 가능 차량)의 수입 및 판매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인터넷, 무선통신, 블루투스 장치 등이 장착된 자동차는 모두 커넥티드 차량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 등 중국산 차량 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 관련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은 2년 후 생산분부터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등 중국산 부품이 사용된 차량은 5년 후 생산분부터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에선 외국의 공격자가 미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을 동시에 통제해 충돌을 일으키고 도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등 동맹의 제재 동참도 거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12개 이상 국가를 워싱턴에 소집해 커넥티드 차량의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며 “많은 국가들이 자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커넥티드 차량에 이어 무인기(드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중국 제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주요 기술과 관련한 첫 번째 조치”라며 “드론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른 산업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韓 “제재 대상 축소 안 돼 불확실성 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불똥이 한국에도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한국이 미국 측에 요구한 최소 2년의 유예 기간을 확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현대자동차 등은 “공급망 변경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2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미 당국에 요청한 바 있다.

이번에 한국의 유예 요청은 받아들여졌지만 당시 한국 산업계가 요구했던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되는 부품으로 제재 대상 축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관련 제재가 본격 시작될 2∼5년 뒤까지 중국산 중간재에 의존하는 국내 차량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가 중국산 SW를 적용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W 기능 구현에 필요한 카메라, 라이다와 같은 센서를 포함해 일반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오는 비중은 15%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서 제재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위험 요소(리스크)로 남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듈 단위에서 중국산 부품이 적용되는 경우는 적지만 예를 들어 통신 모듈에 중국산 전선이나 나사를 사용했을 때 이를 ‘중국산 부품’으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연원호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안보를 제재의 명분으로 삼으면서도 보안과 직접 관련 없는 자율주행차 부품, SW 등이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며 “이는 사실상 추격이 거센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국으로선 미국과 호주,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커넥티드 차
차량의 내부에 설치된 네트워크 장치(통신 모듈)를 통해 운전자가 원격 시동과 진단, 실시간 음악 감상, 전화, 실시간 교통정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을 뜻한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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