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75%, 게르마늄 74% 달해
반도체 생산 中공장 비중도 늘어
한국기업 中 투자는 사실상 스톱
美中 무역전쟁 심화 불똥 튈 위기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 원자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1년 전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지만 반도체 핵심 광물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은 오히려 더 확대된 것이다. 높아지는 중국 의존도에 업계에선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6대 핵심 원자재(실리콘, 희토류, 텅스텐, 게르마늄, 형석, 갈륨·인듐) 중 5개 원자재에서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했다. 실리콘웨이퍼를 만드는 실리콘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68.8%에서 75.4%로 올랐고,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에 사용되는 게르마늄의 의존도도 74.3%로 17.4%포인트 뛰었다. 불화수소의 원료인 형석(47.5%)만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원자재뿐만 아니라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에서 중국 시안공장 생산 비중은 2021년 29%, 2022년 36%, 지난해 37%로 꾸준히 올랐고 올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D램의 중국 우시공장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49%, 47%, 42%로 내려갔지만 올해 41%로 전망되는 등 여전히 중국의 생산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투자는 급격히 줄었다. 국내 반도체 분야의 중국 해외직접투자(FDI) 비중은 2022년 80.8%에서 지난해 0.8%로 급감했다.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투자나 신규 건설 확장을 제한하는 미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는 줄고 의존도는 늘어난 상황에 재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대중국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압박을 느낀 중국이 원자재 수출 제한 등 자원을 무기로 상황을 타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 고위 인사가 일본에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강력한 수준의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이 대중국 수출 통제에 참여할 경우 중국은 광물 수출을 틀어막아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산업까지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원 채굴 환경과 인프라가 좋아 채산성이 높고, 원자재의 단가가 낮은 편”이라며 “중국이 원자재 수출을 원천 금지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다른 나라의 자원을 개발해야겠지만, 결국 그렇게 되면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통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학습 효과’를 거치면서 특정국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공급처 다변화를 가져가고 있다”라면서도 “외교적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업들이 공급처의 활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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