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제련 글로벌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지면 결국 회사가 중국에 팔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는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이제중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기자의 눈으로 보면 그룹을 팔아먹기 굉장히 쉽다”며 “누구에게 팔아먹겠냐. 중국자본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국가적인 재앙”이라며 “우리는 (국가) 기간산업이다”라고 했다.
영풍이 13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 1984년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이번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주장은 비철금속 제련의 글로벌 산업 구조를 근거로 삼았다. 비철금속 제련 시장에서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등인데 만약 고려아연이 매물로 나오면 분명 이 분야 강자인 중국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술을 지켜야 된다”고 지적했다.
MBK는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MBK 측에서는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며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동업’이 깨진 원인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이 부회장은 “영풍의 장형진 고문은 그동안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 폐기물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걸 막은 사람이 최윤범 현 고려아연 회장이고,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떠넘긴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이 2022년 영풍의 반대에도 유상증자로 한화에 지분을 준 것이 결별의 핵심 이유란 것이다. 영풍 측은 “‘자로사이트 케이크’라는 부산물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일부 재처리를 제안했던 것”이라며 “협의 끝에 최종적으로 없었던 일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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