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카드 라인업 앞다퉈 정비
연회비 300만원 카드까지 등장
일반인 혜택많은 카드는 발급중단
연회비 300만 원의 신용카드를 선보이는 등 카드업계가 초우량고객(VIP) 유치 경쟁에 나섰다. 반면 연회비가 없지만 혜택은 주는 ‘알짜’ 체크카드 등은 대거 단종시키고 있어 일반 금융 소비자의 편익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는 VIP 고객 대상 ‘더 블랙 카드’ 재단장을 통해 연회비를 기존(250만 원)보다 50만 원 올린다고 25일 밝혔다. 2005년 처음 출시된 이 카드는 카드사가 자산, 소득 등을 따져 초대한 고객 1000명만 가입할 수 있는데, 리뉴얼로 회원 선호도가 높은 제휴처 중심으로 혜택을 재편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에서 가장 비싼 카드가 됐다.
다른 카드사들도 앞다퉈 VIP 카드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1월 연회비 250만 원의 ‘투체어스 카드’를 새롭게 내놨다. 기존까지는 연회비 100만 원 카드가 가장 비쌌는데 연회비를 확 끌어올린 프리미엄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카드는 우리은행의 자산가 대상 특화 점포 투체어스에서 추천한 고객만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가수 아이유가 해당 카드를 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나카드도 올해 2월 연회비 100만 원의 ‘제이드퍼스트센텀 카드’를 출시했다.
카드사들이 앞다퉈 VIP 카드를 내놓은 이유는 수익성 확보에 있다. 해당 자산가 고객군은 소비 여력이 큰 데다 영세·중소 가맹점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백화점 등 일반 가맹점에서 결제를 많이 하고,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을 쓸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아 수익에 도움을 준다. 카드사 입장에서 고객군을 자산가로 넓힐 수 있는 점, 고급 카드 발급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점은 덤이다.
이들 VIP 카드에 힘입어 카드사 연회비 수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1분기(1∼3월) 연회비 수익은 3492억 원으로 전년 동기(3160억 원) 대비 11%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연회비는 없거나 적지만 혜택은 많은, 이른바 ‘알짜 카드’는 발급을 대거 중단하고 있다. 최근 단종한 신한카드 하이포인트가 대표 사례다. 전월 실적 150만 원을 채우면 전 가맹점에서 결제액의 2%, 백화점 등은 5%를 포인트로 적립해 줘 2008년 출시 이후 인기였으나 이제 발급받을 수 없다.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1∼6월)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수는 373개로 지난해 단종 건수(458개)의 81%가 넘었다. 특히 체크카드는 상반기에만 91개를 단종해 통계 집계(201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여신전문업권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수익성이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돈 안 되는 카드들을 더 단종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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