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 ‘훈풍’을 입증하듯 법원 경매법정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2030세대도 꽤 많다. 저가 아파트나 빌라 경매로 단기 수익을 챙기려는 것이다.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익엔 늘 위험이 따르는 법. 섣부른 투자로 빚만 남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1.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법 경매법정. 입찰 결과 발표를 앞두고 150여 명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유모 씨(31)는 이날 회사에 연차를 내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고 했다. 유 씨는 “당장 모아둔 돈이 적어 빌라(연립, 다세대)나 오피스텔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려고 한다”며 “양도소득세 절감을 위해 부동산 매매사업자로 등록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2. 직장인 김모 씨(37)는 지난해 11월 말 경매로 나온 부산 사하구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2억150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러곤 올해 초 2억1500만 원에 매각했다.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의 직전 실거래가인 2억5000만 원보다 한참 싼 가격이라 내놓자마자 팔렸다. 1350만 원의 차익이 생겨 개인이라면 양도소득세 665만 원이 부과돼야 했다. 하지만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로 등록한 김 씨는 양도세 대신 종합소득세를 63만 원만 냈다. 김 씨가 한 달 반 만에 번 돈은 취득·등록세를 제외한 887만 원이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경매 단타족’이 몰려들고 있다. 경매로 싸게 산 아파트나 빌라는 수개월 뒤 시세에만 팔아도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요 지역이나 인기 단지에 집중된 만큼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빚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5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 등록자 수는 올해 6월 기준 3만2116명으로 1년 전보다 21.2%(5610명) 늘었다.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가 3만 명을 넘은 건 2017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이 가장 크게 늘었다. 6월 기준 30대 미만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는 856명으로 1년 새 60.6% 증가했다. 30대는 3644명으로 증가 폭(44.3%)이 두 번째로 컸다.
부동산 매매사업자는 ‘최소 1년 내 1회 이상 부동산을 취득하고 2회 이상 매도하는 사업자’다. 양도세 대신 종합소득세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다. 개인의 경우 2주택자가 보유 기간 1년 이내의 주택을 매도하면 양도차익에서 취득·등록세를 제외한 금액의 70%를 양도세로 낸다. 반면 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차익에 따라 6∼45% 세율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단기 수익을 내려는 사람들이 매매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수천만 원의 자금으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뒤 바로 팔아 500만∼1000만 원대 차익을 남기려는 2030세대들이 사업자 문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동영상 플랫폼이나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 경매 단타 4000만 원 더 벌었다’, ‘선택 아닌 필수 부동산 매매사업자’ 등 위험 요소보단 절세 효과를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글과 영상이 대부분이다. 부동산은 금액이 커 상대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청년층 사이 ‘단타’를 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의 경우 가격이 매력적이더라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후 오른 가격에 매각하기는커녕 투자 금액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사업자 등록을 해 놓고 매매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세금을 토해내는 경우도 있다. 김형석 김&정 세무회계그룹 대표세무사는 “한 차례 거래에서 양도세를 줄이려고 부동산 매매사업자로 등록한 뒤 추가 거래가 없으면, 국세청에서 양도세 회피를 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며 “매매사업자로 등록할 때는 실제 매매를 꾸준히 할 것인지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