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를 맞이하면서 예금금리가 내려가기 전 정기예금에 자금을 넣어두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7월 말 기준 659조81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이중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595조6272억원으로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월보다 1조759억원이 늘었으며 올해 들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도 역대 최대다. 한 달 만에 500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31조6064억원을 기록했다. 2년 이상 3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32조5787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예금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가 더 내리기 전 ‘막차’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지금이라도 금리가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묶어두면 현재 금리로 1년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예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내려가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3~3.50%다. 기준금리(3.5%)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이 최고금리 연 3.5%로 가장 높으며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최고 연 3.42%로 뒤를 이었다. 이어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3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33% 순이다.
게다가 앞으로 은행권 예금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작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고 한국은행도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저원가성 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적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이 필요한 금액보다 은행에 예치하려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정기예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적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고비용인 정기예금 비중을 낮추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1년 만기 예금금리가 3년 만기와 거의 같거나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낮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5대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2.7~3.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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