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어떻게 바뀌나
최고세율 현행보다 10%p 낮춰… 최저 구간도 2억 원까지 확대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도 늘어나… 1인당 5억 원으로 현행 10배
국회 통과 때까지 변동 가능성… 진척 상황 살피며 대응-준비해야
윤석열 정부는 초기부터 감세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감세 정책에 따라 혜택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여론 반응도 호의적이어서 앞으로도 감세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점에서 올 8월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 중에서 많은 납세자에게 의미 있는 사항들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실질적인 세금 감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상속증여세 세율 및 과표 조정
우선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 및 과세표준이 조정됐다. 그동안 상속세율은 1996년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경되지 않았던 반면 물가는 그에 반해 매년 올라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속세는 과거 소수의 부유층만 납부하는 세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상당수의 중산층 가정의 세금 납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속·증여세 개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됐으며 현 정부 역시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2억 원 이하의 자산을 상속·증여하게 되면 10%의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2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의 자산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납부하며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의 자산은 30%, 10억 원 초과 자산은 40%의 세금을 각각 납부하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10억 원을 초과해서 상속·증여하게 돼도 40%의 세금만 내면 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최고세율이 50%지만 10%p를 낮춰 최고세율을 40%로 고정시킨 것이다. 최고세율만 낮추면 이른바 ‘부자감세’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최저세율 10% 구간을 늘려 놓았다는 얘기다.
현행 제도에서는 1억 원 이하 자산의 상속·증여 시 10%의 세금을 납부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2억 원까지 10%의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자녀에게 증여하고자 하는 계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됐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2억5000만 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현행과 개정안을 비교해보면 성년 자녀 증여공제(5000만 원)를 제외한 2억 원이 증여세의 과세표준이 된다. 현행에서는 1억 원까지 1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인 경우 20%기 때문에 1억 원은 10%인 1000만 원, 1억 원의 초과분(1억 원)은 20%인 2000만 원, 이에 따라 총 3000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하게 된다. 반면 개정안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2억 원까지 10%가 적용되므로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이렇게 상속·증여세의 개정안은 납세자에 대한 세금 납부 경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 확대
두 번째로는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이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 발생 시 일정한 금액을 상속 자산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다. 공제 항목은 일괄공제(5억 원)와 기초공제(2억 원), 자녀공제(1인당 5000만 원) 등이다. 여기에 배우자가 살아 있을 경우 5억 원의 공제가 추가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5000만 원인 자녀공제를 5억 원으로 올려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2명의 자녀를 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현행과 개정안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배우자 공제(5억 원)와 일괄공제(5억 원)를 합산해 총 10억 원의 상속자산 공제가 가능하다. 반면 개정안에서는 배우자 공제(5억 원), 기초공제(2억 원)에 자녀공제(10억 원)를 합산한 17억 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세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부분의 수도권 주택을 상속할 때 상속세 부담 없이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해진다. 중산층, 다자녀 가구의 세금 부담을 훨씬 줄이는 방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출산 시기에 상속 자산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가정의 자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금번 세법개정안에 종합부동산세와 관련된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종합부동산세 폐지 및 재산세와 통합 방안이 논의됐으나 8월 말 발표된 개정안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다만 이 같은 세법개정안이 배포됐다고 해서 바로 시행되는 건 아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상속·증여세법에 대한 법률 개정 사항이 국회에서 통과가 돼야 적용이 된다. 만약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거나 통과 시점이 늦을 경우 세부 요건이 변경, 수정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전에 증여를 고민하고 있었다면 세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 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초저출산 시대에 상속 자산 자녀 공제 인상안은 많은 가구에 호재인 사안이다. 세법개정안 통과 여부와 진척 상황을 살펴보고 이에 맞춰 대응, 준비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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