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아이’와 공동 개발한 점검 기술로
울산 복합단지 열교환기 초음파 검사
비용 절반 줄이고 정확도 98% 높여
24일 찾은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CLX)에선 열교환기 점검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열교환기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 등 제품을 분리해내는 정유 과정에서 끓는점에 맞게 온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원통형 금속 부품인 열교환기에는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에 달하는 배관(튜브)이 구멍처럼 송송 뚫려 있다.
열교환기 점검은 안에 물을 채운 튜브를 초음파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검사가 일반적인 점검과 달랐던 것은 검사 결과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준다는 점이다. ‘자동 분석을 진행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수십 초 만에 모니터 화면의 열교환기 이미지에 가동 중 두께가 얇아졌거나 파손된 영역이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점검해야 했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편차도 컸다. SK에너지 관계자는 “AI를 검사에 활용하면 비용은 절반 수준인 반면 속도는 70%, 정확도는 98%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선보인 기술은 울산 지역 AI 스타트업 ‘딥아이(DEEP AI)’와 함께 개발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이다. SK에너지가 60년가량 정유공장을 운영하며 모은 열교환기 점검 데이터 4만 건을 딥아이의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점검을 위한 AI를 개발한 것은 열교환기가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온도 조절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만 약 7000개를 사용 중이며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에는 약 3만 개가 쓰일 정도다.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정유공장의 특성상 열교환기 점검은 2, 3년에 한 번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진행된다. 점검 과정에서 현 상태뿐만 아니라 남은 수명이나 결함까지도 파악해야 한다.
SK에너지는 올해부터 열교환기 AI 점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배관, 보일러, 탱크, 자동차, 항공기 부품 등 동일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허브’의 사업화에 나선 상태다. 정유·석유화학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오션허브는 60여 년간 SK이노베이션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사정에 맞게 구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션허브의 상업화 후 이수화학 등 울산지역 정유·석유화학기업 5곳을 고객으로 확보해 약 35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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