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벗어나 다채로운 경험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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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NOW]
매장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 필수… 사진 찍게 하는 시각적 매력 갖춰야
긍정적 기억 심어주는 경험 제공… 미식 체험 외에 다양한 감각 자극

‘우리 강남역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서 만날까?’ 외식업자들은 이런 수요를 가진 고객들이 매장에 올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고 있다. ‘브랜딩의 과학(How Brands Grows)’의 저자 바이런 샤프에 따르면 브랜딩에서 고객을 잡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용성이다. 가용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은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 머릿 속에 브랜드가 떠오르기 쉬운 정도를 말하고, 물리적 가용성(Physical Availability)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해 구입하기 쉬운 정도를 말한다. 기존에 방문해 좋은 경험을 했던 와인바가 있다면 고객은 지인과 그곳을 재방문하게 될 것이고, 가본 곳이 없다면 강남역+분위기 좋은 와인바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리뷰를 비교한 뒤 찾아가게 될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는 정신적 가용성과 물리적 가용성이 모두 높아 단단한 브랜드가 된다.

팬데믹으로 3년 가까이 우울한 시기를 보냈던 외식업 종사자들은 요즘 어느 때보다 경쟁적이고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맛과 가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면 요즘은 수준 높은 맛은 기본이고 시각적인 아이덴티티, 긍정적인 고객 경험 외에도 고객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마케팅 활동이 동반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특색 있는 시그니처 메뉴로 손님을 모으는 ‘청기와타운’의 수원왕갈비.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특색 있는 시그니처 메뉴로 손님을 모으는 ‘청기와타운’의 수원왕갈비.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첫 번째는 매장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어야 하고, 메인 요리와 사이드 디시(반찬)까지 맛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고객들이 고깃집에 가서 비싼 돈을 내고 사 먹는 이유 중 하나는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숯불이나 불판에 구운 고기를 먹고, 평소에 먹는 반찬과 상차림을 즐기기 위함이다. 가격적인 부분만 따지면 당연히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고기를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집밥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경험하기 위함이다.

또 수많은 고깃집 중에서 특정한 브랜드의 고기를 먹으러 가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 때문이다. ‘청기와타운’은 K-패밀리 레스토랑의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매장을 가나 볼 수 있는 넓게 펼친 수원 왕갈비가 시그니처 메뉴이다. 가운데 불판을 둘러 12가지 가깝게 나오는 수제 반찬과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외식을 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다. 청기와타운은 현재 전국에서 30개가 넘는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시각적인 아이덴티티가 존재해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매장 이름은 기본이고, 로고, 브랜드 컬러, 서빙 용품, 인테리어 같은 디자인 요소와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메뉴까지 있다면 화룡점정이다. 잘 만든 외식업장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나의 뮤지컬처럼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시각적 매력 요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부베트 서울’.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시각적 매력 요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부베트 서울’.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압구정에 있는 프렌치 요리 전문점 ‘부베트’는 마치 유럽에 여행을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조명과 음악, 보헤미안 스타일의 직원 복장, 자유분방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메뉴판과 각종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된 야외 테라스 등 기억에 남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부베트는 현재 뉴욕, 파리, 도쿄, 멕시코시티에 이어 서울에 들어선 글로벌 브랜드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매장을 온 듯한 특별한 바이브를 보여준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스페셜 스토어 ‘장충라운지R점’ 내부. 1960년대 지어진 건축물과 그 시절 인테리어를 재해석한 공간을 통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스타벅스 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스페셜 스토어 ‘장충라운지R점’ 내부. 1960년대 지어진 건축물과 그 시절 인테리어를 재해석한 공간을 통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세 번째는 고객의 뇌에 긍정적인 기억을 심어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제3의 공간’이라는 책을 집필한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스타벅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이유는 커피의 품질만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제3의 공간을 창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제3의 공간이란 집(제1의 공간)과 일터(제2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없는 놀이 문화 공간을 말한다. 스타벅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한 의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따뜻한 직원들의 미소, 시즌별로 새롭게 출시되는 메뉴와 굿즈 등이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식업장은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이자 체험 공간으로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일상이 반복되는 집이나 일터에서 벗어나 리프레시먼트를 경험하고자 찾는 공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까지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경험의 기회가 존재하는 외식업장이 고객의 뇌리에 더 깊게 박힐 수 있을 것이다.

#레스토랑#시그니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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