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함께 만든 체코 100년 원전 동맹[기고/이상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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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경영자총협회 이상연 회장
경남경영자총협회 이상연 회장
경남 창원을 포함한 부울경 지역의 원전 기업들 사이에서 희망찬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 기업은 최근 안팎으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자 다시금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체코 플젠에서 한국과 체코의 원전 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7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된 이후 양국 원전 기업들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엔 체코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당일 아침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국-체코 비즈니스포럼’ 직후 플젠까지 약 90km를 이동해 원전 행사에 참석하며 체코 원전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원전 건설은 흔히 100년짜리 초장기 프로젝트로 불린다. 건설에 약 10년, 운전에 약 40∼50년, 이후 연장 운전 20∼30년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이 거의 100년에 육박한다. 발주 국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초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개별 기업의 역량만을 평가해서 일감을 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신뢰와 보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주 국가는 참가 기업들의 역량 못지 않게 상대 국가의 정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사업을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이번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임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한결같이 보여줬다. 원전 수출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은 지난주 체코 방문에 앞서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당분간 체코만 바라보며 체코 원전이 성공적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신뢰를 더했다.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체코 대통령을 만나 팀코리아의 경쟁력을 적극 알렸다.

정부가 수행한 더 큰 역할은 국내 원전 생태계의 복원이다.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고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며 각종 지원으로 이들의 폐업을 막았고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개하고, 꾸준히 해외 원전 수출을 타진하며 기업들이 더 큰 희망을 갖게 했다.

이제 한국과 체코는 ‘원전동맹’을 통해 앞으로 100년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민간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 기간 위축됐던 부울경 지역의 중소 원전 기업들도 새로운 부흥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팀코리아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체코 원전 동맹#이상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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