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업 실적 좋아지면 주가는 상승… 저평가 된 韓시장, 실적 더 중요
퇴직연금 시장 진출땐 ‘메기’ 역할… 수수료 낮추고 수익률 상승 기대”
“주가(상승)는 연금에만 기대선 안 된다. 연금보고 ‘주식 시장을 살리라’고 한다면 시장의 경쟁력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 증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자본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58)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나 기관의 자금력에만 의존하려는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대로 자본 시장에서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라면서도 “주가는 뭐니 뭐니 해도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올라가게 돼 있다. 실적이 좋으면 리스크에도 둔감해지는 반면 실적이 안 좋으면 리스크에 민감해져 주가는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배구조 리스크 모두에 노출돼 있어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적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 김 이사장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해볼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1∼2%대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기업이나 개인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기존 ‘계약형’ 방식을, 국민연금 같은 별도 조직이 관리 및 투자하게 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해 민간 금융사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수수료는 낮추고 수익률은 높이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다만 우리가 기존 사업을 빼앗는다거나 시장을 독점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하지 않았던 중소기업들도 국민연금이 들어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듯이, 퇴직연금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4일 정부가 공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선 “5년 전에 했어야 할 연금개혁이 늦어지면서 국민이 져야 할 부담만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인구, 경제 전망 등을 기초로 향후 70년간 국민연금의 수입 및 지출 흐름을 점검하는 재정추계를 실시하는데,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은 채 지난해 새로 재정추계를 한 결과 5년 전 제4차 추계 때보다 적립배율 1배(70년 뒤인 2093년 그해 지출할 연금만큼의 적립금이 연초에 확보된 상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이 1.79%포인트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전 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연금은 “기승전 ‘수익률’”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설립 이후 역대 최고 수익률인 13.59%를 달성했다. 올 7월 말 기준 기금 운용 수익률은 9.88%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0%가 넘는다.
국민연금 기금 자산이 1000조 원을 넘어서면서 국민연금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글로벌 운용사 미국 뱅크오브뉴욕 멜론(BNY멜론)과 프랭클린템플턴,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등이 이미 전주연락사무소를 개소했고, 글로벌 부동산투자회사 티시먼스파이어와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 역시 전주사무소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기금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정체된 조직이 아닌 나날이 커가는 조직으로서 앞으로 우리 자신을 계속 단련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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