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핵심은 저궤도 통신위성망…속도보다 인프라 구축이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3일 11시 22분


줄리안 고먼 GSMA 대표 인터뷰

2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줄리안 고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아태지역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금까지는 통신 기술을 주도하는 국가가 경제 패권을 장악해 왔습니다. 그러나 6G의 경우 누가 제일 빨리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줄리안 고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아태지역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먼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한 ‘M360 APAC’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고먼 대표는 “6G의 핵심은 저궤도에 통신위성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5G 선도 국가들이 항만과 공항 못지 않게 5G 인프라를 중요하게 여겨왔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대 기반의 접근 방식은 과거의 산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신망의 발전이 과거처럼 단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4G, 5G, 6G가 개별 영역에서 용도에 맞게 공존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6G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2030년 말이나 2031년 초로 내다봤다.

국내 5G 데이터 트래픽 총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4G의 힘을 느낀 것은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이 등장한 10년 전이었다”며 “앞으로는 메타의 글라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스마트폰을 대체하면서 5G의 혁신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2030년에는 5G 이용률이 95~10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5G 이용 확대와 맞물려 3세대 이동통신 조기 종료는 자연적인 흐름이라 봤다. 이미 미국에서는 3G 서비스를 종료했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4월 3G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2026년 할당 종료되는 3G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기 종료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3G 회선의 상당수를 알뜰폰 업체(MVNO)들이 임대하고 있어 통신사 입장에서도 종료에 대한 부담이 존재해 왔다. 고먼 대표는 이에 대해 “알뜰폰 사용자나 사물인터넷(IoT) 기기 사용자 상당수가 이미 4G와 5G로 이동을 마쳤다”며 “사용하지 않는 네트워크 운영을 계속하는 것은 에너지 부담을 증가시키고 망의 복잡성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5G의 경우 3G보다 효율성이 20배나 높다”며 “AI를 사용해 운영을 최적화하고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G 조기 종료가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먼 대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AI 거품론을 두고 우려보다는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의 AI 활용이 경제에 가져다 줄 선순환을 강조했다.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가 돼 AI 생태계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공헌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큰 기업들은 이미 AI를 통해 경제 파트너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구동하는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역할이 크고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GPU 팜이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투자도 이런 트렌드 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범죄를 비롯해 딥페이크와 같이 AI를 활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GSMA가 주도하고 있는 ‘오픈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의 이동통신사들도 개방형 API를 활용해 불법 행위자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동통신 산업이 다른 모든 산업의 등대가 돼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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