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A 씨는 올해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를 21억 원에 매수하면서 본인 자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일단 어머니로부터 5억5000만 원을 증여받고, 추가로 14억 원을 빌렸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3억5000만 원 받아 총 23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빚이 총 17억5000만 원으로 집값의 80%가 넘지만, 대부분 어머니에게서 차입해 대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7월 수도권에서 이뤄진 부동산 이상 거래 1958건 중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397건(20.3%)을 적발해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일부는 2건 이상 중복 위반에 해당해 위법 의심 행위는 총 498건이었다.
국토부는 최근 집값이 급상승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단지 등 이상 거래가 많이 발견되는 수도권 단지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위법 의심 행위 중에는 편법 증여 및 법인자금 유용이 315건(63.3%)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일 거짓 신고 사례가 129건(25.9%), 대출 규정 위반·대출 용도 외 유용이 52건(10.4%)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의 20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던 30대 B 씨 부부는 임차인인 아버지를 다른 주소지로 옮겼다. 임차보증금이 선순위로 잡히면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B 씨 부부는 이후 대출을 받은 뒤 아버지를 다시 해당 주소로 전입하게 했다. 20대 C 씨의 경우 서울 광진구 아파트를 살 때 거래대금 21억5000만 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액으로 조달하겠다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후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거래신고법 위반과 탈세가 의심됐다.
아파트 단지 내 집값 담합 의심 사례도 있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 ‘우리 아파트 ○○평형은 ○○억 원 이하로는 내놓지 마세요’, ‘○○억 원 이하로 매물 등록한 중개사에게 단체로 항의하자’는 등의 글을 올렸다. 국토부는 집값 담합이 의심돼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조사를 의뢰했다.
국토부는 또 지난해 아파트 거래(42만6445건) 중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은 직거래 4만8998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편법 증여, 대출자금 유용 등 위법 의심 사례 160건(위법 의심 행위 209건)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올해 거래를 대상으로 내년 4월까지 불법 행위, 기획부동산 연계, 외국인 투기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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