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통 3사에 담합 혐의로 조 단위 과징금 예고
방통위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 “부처 간 불통, 방통위 비정상 증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3조4000억~5조5000억 원을 부과하는 조치의견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도 공정위에 “이통사들의 행위가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방통위가 위원장 탄핵 반복 등 비정상 운영으로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총 3조4000억~5조5000억 원의 과징금 조치의견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내년 초 1심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발송했고, 이동통신 주무기관인 방통위는 다음 달부터 각 사의 의견서 제출 등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과 액수는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 원, KT 1조134억~1조6890억 원, 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 원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2015년부터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주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판매·대리점의 추가지원금으로 나뉘는데,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으로 마련된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번호이동 등 순증감 건수 현황을 공유하면서 서로 가입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판매장려금을 조절했다고 판단했다. 통신사들은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운영하는 번호이동 상황반을 통해 이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사들은 2014년 10월 시행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단통법 도입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 원 이내로 맞추라는 행정지도를 해왔다. 통신 3사에는 KTOA 번호이동시스템을 활용해 번호이동 건수를 20~30분 간격으로 공유하도록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공정위에도 이를 근거로 “통신 3사의 행위가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방통위가 위원장 탄핵과 선임 반복, 방송 관련 국회 자료 요청 압박 등으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며 “방통위의 비정상 운영으로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방통위 업무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과징금 예고에 통신 3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의원은 “각 사들이 AI 대대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매출액에 버금가는 과징금을 받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번 액수는 심사보고서상의 조치 의견으로 전원회의 등을 거쳐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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