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장기화로 공급난 심화
1mL 가격 수천만원에도 못구해
노바티스 등 치료제 공급 중단도
원자력硏, 美-中 등에 수출 본격화
최근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원료가 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난이 심화되며 신약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급해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방사성 동위원소 대량 수급에 나서면서 1mL당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관련 기술을 확보해 수출을 본격화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이란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단백질(리간드)에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연결해 암세포만 정밀사격하는 치료제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범위가 작아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커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RP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기술을 갖춰야 만들 수 있는 원료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수급하지 못해 원전 강국 한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러-우 전쟁으로 원료 공급난 악화
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수급하지 못해 개발 중이던 신약 ‘RYZ101’의 임상 3상을 일시 중단했다. 현재 다시 임상이 재개됐지만 이 여파로 임상 3상 결과 발표 시점이 내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됐다.
전립샘암용 RPT 치료제 ‘플루빅토’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노바티스 역시 지난해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이 어려워 치료제 공급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이후 공급망 확충을 위해 미국 내 새로운 RPT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데 2억 달러(264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바티스나 BMS 사례를 본보기 삼아 RPT 개발사들은 임상 전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망 확보에 먼저 나서고 있다”며 “방사성 동위원소가 귀한 몸이 되다 보니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최근 공급난이 더욱 악화된 이유는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영향 탓도 크다. 인체에 사용되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난도가 높은 고순도 정제·분리 기술이 필수적인 데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려면 대형 인프라인 원자로가 필요해 공급량을 빠르게 늘리기가 어렵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지난해 19억 달러(약 2조5080억 원) 규모였던 RPT 시장이 2030년에는 65억 달러(약 8조58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원자력연, 방사성 동위원소 수출 확대… 8조 원 시장 조준
비어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총 14개의 치료 및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그중 하나인 ‘루테튬-177’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 및 RPT 개발 기업인 셀비온, 퓨처켐에 공급하고 있다. 루테튬-177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에 사용된 방사성 동위원소다.
특히 진단용 RPT 방사성 동위원소로 개발된 ‘지르코늄-89’와 ‘저마늄-68’은 2022년 미국을 시작으로 지난해 중국, 파키스탄에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코발트-57’ 등 여러 방사성 동위원소의 수출을 타진 중이다.
SK바이오팜, 퓨처켐, 듀켐바이오 등 제약사들은 RPT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7월 홍콩 풀라이프 테크놀로지로부터 RPT 치료 후보 물질(SKL 35501)을 기술이전했으며, 내년 2분기(4∼6월) 한국과 미국에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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