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통신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신건강 관리(멘탈케어)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우울증이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 최근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생성형 AI와 결합한 헬스케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유쾌한프로젝트, 튜링바이오, 이몰로지 등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기술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정신건강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목소리나 얼굴 표정만으로도 스트레스와 우울증 징후, 주의 및 집중력 저하 현상을 파악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회사가 보유한 멀티모달 AI 기술과 각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결합한다. 튜링바이오와 이몰로지는 정신건강변화 탐지와 디지털 치료기술을, 유쾌한 프로젝트는 최적의 정신건강 관리 솔루션 개발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향후 SK텔레콤은 펫서비스와도 연계해 반려동물 사후 겪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AI 정신건강 관리 솔루션을 연계하는 등 서비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면서 헬스케어 중 정신건강 분야에서 첨단 IT 기술을 결합 시도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조사업체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AI 기반 정신건강 관리 시장 규모가 2023년 9억2153만 달러(약 1조2420억 원)에서 2032년까지 103억3409만 달러(약 13조9262억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AI 기반 마음관리 플랫폼 ‘답다(답장 받는 다이어리)’를 출시했다. 답다는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 나와있는 감정 110여개 중 자신에게 맞는 감정을 선택하고 2000자 이내의 일기를 쓰면 12시간 내로 AI ‘마링이’가 보낸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이용자도 늘고 있다. 3월 답다 가입자는 2만 명이었지만 10월 초 기준 회원수는 5만2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누적 일기 수도 30만8000여 건으로 소설책 500권을 훌쩍 넘기는 분량이다. LG유플러스가 상반기 ‘헤비유저’(앱을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불안 장애나 지적 장애 등을 겪는 고객의 비중이 높았다. 사회복지사와 특수 교육교사, 보육 교사 등도 답다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 유플러스 측은 “지적장애 고객은 마음을 털어놓는 동시에 인간관계 조언을 받는 용도로 사용 중이고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들도 자기성찰과 감정 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며 “이용자들이 감정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AI 감정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기능과 단편적인 답장이 아닌 과거까지 연계한 종합적 답장을 제공하는 기능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초거대 AI 기반 심리케어 서비스’ 지원사업을 통해 AI 정신건강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한양대학교와 성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셀렉트스타 등 6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2027년까지 실증 기반의 정신건강 서비스 구축·개발·검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KT 정신건강 플랫폼은 일상 속에서 예방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간단한 질문에 답변해 현재 상태를 입력하고 자신의 기분을 일기로 작성할 수 있다. 문진 및 일기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개인의 감정을 6가지(기쁨, 놀라움, 슬픔, 두려움, 분노, 혐오)로 분석하고 이용자 맞춤형 명상, 웹툰, 게임 등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식이다. 고위험군 이용자는 거주 지역 인근 심리상담센터나 의료기관을 추천하며 위급시에는 병원, 의원으로 연계되도록 추진 중이다. 동시에 KT는 실제 상담 데이터를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챗봇’도 개발 중이다.
변순용 서울교육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AI가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얘기를 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여기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심리적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하는 등 단순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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