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넣고 보자”…투기판으로 변질된 무순위 청약 ‘줍줍’ 운명은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0월 8일 06시 07분


시세차익 노린 투기 수요 ‘껑충’…무주택자 주거 안정 취지 무색
정부의 제도 개선 예고에도 ‘로또 청약’ 막차 행렬로 과열 계속
지역 제한 부활·주택 보유 수·분양가 기준 강화 등 유력하게 거론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이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하반기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을 비롯해 우리나라 등의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진데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세 지속에 따른 영향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영향으로 주택매매가 둔화되면서 주택가격 전망 오름폭은 둔화됐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전달보다 1포인트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 기록한 125 이후 최대치다. 주택가격 전망은 4월 101로 지난해 11월(102) 이후 5개월 만에 100선 위로 올라온 후 6개월 연속 10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4.09.25. 뉴시스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이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하반기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을 비롯해 우리나라 등의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진데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세 지속에 따른 영향이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영향으로 주택매매가 둔화되면서 주택가격 전망 오름폭은 둔화됐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전달보다 1포인트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 기록한 125 이후 최대치다. 주택가격 전망은 4월 101로 지난해 11월(102) 이후 5개월 만에 100선 위로 올라온 후 6개월 연속 10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4.09.25. 뉴시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 예고에도 당첨 즉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니 무순위 청약 과열 양상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8억원대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서울의 한 단지 1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14만명이 몰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전용면적 59㎡E 타입 1가구에 14만3283명이 신청했다.

이 단지는 사당 3구역을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15층짜리 11개 동, 514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지난 2021년 6월 입주했지만, 계약 취소 가구가 나오면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분양가는 7억9219만 원으로, 입주 이후 시세가 분양가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1층이 1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 후 잔여가구 발생 시 진행된다. 전매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거주 의무기간이 없어 당첨 즉시 전월세로 분양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 단지는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 자격이 주어졌다.

실제 지난 5년간 실시된 무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상위 1∼10위 중 9곳이 올해 진행된 청약일 정도로 과열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무순위 청약 경쟁률 1위는 지난 7월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로 나타났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는 294만4780명이 몰려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청약홈 사이트에 청약 수요가 몰려 먹통이 됐고, 결국 청약 접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분양한 서울 동작구 ‘흑석 자이’가 82만9801대 1, 올해 5월 세종 어진동에 분양한 ‘세종 린 스트라우스’가 43만7995대 1로 뒤를 이었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올해 2월·33만7818대 1) ▲경기 하남시 감이동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올해 4월·28만8750대 1) ▲세종 어진동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올해 4월·24만7718대 1) ▲경기 성남시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3차’(올해 6월·19만8007대 1) ▲성남시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1단지’(올해 7월·15만4688대 1)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F20-1블록 더샵 송도프라임뷰’(올해 7월·11만1157대 1)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DMC 한강자이 더헤리티지’(올해 1월·10만6100대 1)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무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곳 중 흑석 자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청약이 진행됐다.

집값 급등기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빚자 정부는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미분양 물량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대거 나오면서 사는 지역과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공사비가 상승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자 무순위 청약에 관심이 더 커졌다.

부동산시장에선 무순위 청약 제도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선당후곰’(당첨 먼저 되고 고민하자)식의 묻지마 청약을 막기 위해서 지역 제한 부활과 분양가를 현재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도 무순위 청약이 지나지체 과열되자,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시장이 과열되고 있어 무순위 청약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등 청약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순위 청약 취지에 맞게 무주택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무주택자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무주택자들을 위한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집값 상승기에 무순위 청약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종의 투기 수요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역 제한과 과 주택 보유 여부, 분양가 조정 등으로 기준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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