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와 우리나라 간 경제동반자협정(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협상이 9월 26일 공식 개시됐다. 유럽 교역 상위 30개국 중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비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해당하는 세르비아와 EPA가 체결된다면 양국 간 교역 확대는 물론이고 폭넓은 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세르비아 간 교역이 최근 6년 사이 2.5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발칸의 맹주인 세르비아가 새로운 무역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구유고슬라비아의 핵심국이자 발칸의 중심에 위치한 세르비아는 월드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의 나라로 익숙하다. 세르비아는 비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교역량 6위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할 만큼 유럽 내 투자 열기가 뜨거운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 상반기 기준 4.5%로, 유럽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르비아는 인구 70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발칸의 맹주라 불려왔다. 반도의 중앙에서 유럽과 중동, 그리스를 잇는 구유고연방의 중심국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고 리튬, 아연 등 광물자원이 풍부해 공급망 협력의 여지도 크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세르비아와의 협력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세르비아 EPA의 기대효과를 알려면 앞서 세르비아와 FTA를 체결한 튀르키예의 사례를 살펴보면 된다. 2010년 양국 FTA가 공식 발효되면서 튀르키예의 대(對)세르비아 수출액은 2010년 3억2000만 달러에서 2022년 21억2000만 달러로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터키의 수입대상국 순위에서 세르비아가 2010년 15위에서 2021년 5위로 크게 올랐다. 세르비아는 튀르키예와 같은 발칸 인근국뿐만 아니라 EU, 중국 등 45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공격적인 투자 유치 정책을 펼치며 신규 투자 유망국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현재 관세 수준에서도 세르비아 수입 상위권에 포함된 우리 수출 품목은 직접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자동차를 비롯해 불도저, 스크래퍼, 로드롤러 등의 건설기계, 초음파 및 방사선기기, 의료기기 등의 제품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화장품이나 라면류를 비롯한 식품 등도 한류의 확산과 함께 수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지난해 6월 국가 최초로 2027년 인정엑스포(Recognized Expo) 유치에 성공해 향후 3년간 30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으로, 관련 분야의 특수도 기대된다. 한-세르비아 EPA를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이고, 우리 기업들이 더욱 활발히 진출해 세르비아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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