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으로 ‘전관업체’ 처분을 받았던 업체 8곳이 올해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총 814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철근누락단지 처분 이후 업체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공동주택 철근 누락 문제로 제재 처분을 받고도 LH와 계약을 체결한 전관업체는 총 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관업체 8곳은 이달까지 총 21개 사업을 수주했으며, 계약금액은 총 814억6779만원이었다. 사업 1개당 계약금액은 평균 38억7941만 원이었다.
수주한 사업을 분야별로 보면, 시공 2건, 설계·감리 19건이다. 계약 방식은 경쟁입찰 15건, 공모 5건, 수의계약 1건이다.
전관업체임에도 불구하고, 20억원 이상 사업을 따낸 경우는 7건이었다. A사는 행복주택 아파트 건설공사를 501억7600여만원에 수주했다. B사도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을 50억1900여만원에 사업을 받았다. 또 C사는 건설사업관리용역으로 28억9800여만원, D사는 공동주택 설계용역으로 23억8400여만원짜리 계약을 각각 따 냈다.
그외 E사는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으로 18억2600여만원, F사는 공동주택 설계용역으로 17억1200여만원 등을 수주했다.
동일 업체가 여러 사업에 낙찰받은 경우도 있었다. B사 6건, D사 5건, F사 3건, C사 2건, E사 2건 등이었다.
국토부와 LH는 지난해 8월 공동주택 철근 누락 문제 발생 이후, 이른바 전관업체에 대해 제재 처분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이 전관업체와 계약 중단을 발표했고, LH도 전관업체의 사업참여 배제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력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전관업체 제재가 용두사미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LH는 전관업체를 ‘입찰공고일 기준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직하는 업체’로 규정하고, 이들 업체에 대해 벌점 부과와 부정당 업체 지정, 영업정지 요청 등 행정처분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전관업체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는 경우에는 용역 입찰과 수의계약, 설계공모 참여 등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이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8개 업체가 LH 용역사업 21건을 수주받은 것이다. LH는 “가처분 결정 등의 사유로 제재에는 법적 한계가 있어, 제재 처분 이후에도 계약체결 내역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복기왕 의원은 “지난해 국토부와 LH는 철근 누락과 붕괴사고 이후, 의욕적으로 전관업체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애초부터 법적 미비 사항이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복 의원은 “LH는 전관업체를 확인하고 벌점과 부정당 업체 선정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지만, 민간업체가 응찰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면서 “전관업체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항시적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문제의) 해당 업체가 심사를 거쳐 수주한 경우 특별관리대상으로 선정해 다른 현장보다 투입인력, 점검빈도 확대 등 용역수행 전반에 대한 감독 강화를 통해 부실시공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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