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만원까지 치솟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영풍 “빚 2.7조 떠안을 것”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1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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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인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고자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 원으로 기존 대비 6만 원 인상했다. 고려아연의 지분을 1.85% 보유해 이번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 측과 75년 동업을 끝내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에 돌일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했다. 이달 4일에는 고려아연 주식 1주당 83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공모했으나, 이를 7.2% 인상한 89만 원으로 재공시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에는 전체 발행주식에 약 18%를 목표로 했으나 이번에는 약 20%로 확대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3조6852억 원에 이르게 됐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16.7% 올렸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러한 내용을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했다. 만약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아 가져오는 식이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불리는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수성에 나선 것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
지난달 13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은 1주당 66만 원, 영풍정밀은 2만 원에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과열되면서 주가가 오르자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은 경쟁적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렸다. 영풍‧MBK 연합이 지난달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75만원, 영풍정밀은 2만5000원으로 인상하자 최 회장 측은 이달 초 고려아연 83만 원, 영풍정밀은 3만 원으로 올리며 응수했다. 이달 4일에는 영풍‧MBK 연합도 최 회장 측과 공개매수가를 똑같은 액수로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결국 66만 원으로 시작했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양측의 ‘치킨게임’ 탓에 한 달 새 34.8% 치솟은 셈이 됐다.

최 회장 측이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올린 것은 공개매수 종료일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마감일은 각각 21일과 23일이다. 만약 공개매수 종료일을 열흘 미만으로 남긴 상황에서 매수가를 올리면 종료일을 연장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 주말을 고려하면 11일에는 공개매수가를 올려야 종료일 변동이 없을 수 있기에 이날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꼽힌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2024.10.07. [서울=뉴시스]
이번 결정으로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고려아연 83만 원, 영풍정밀 3만 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영풍‧MBK 연합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자칫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14일로 최 회장 측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만약 같은 가격이라면 더 빨리 구매하겠다는 영풍‧MBK 연합 측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주가 과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 회장 측은 결국 매수가를 다시 올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수가를 올렸음에도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방식이 투자자들의 절세 측면에서는 여전히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을 가봐야 승패의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지적이 나온 이튿날인 이달 9일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 증액된 공개매수 규모인 3조2000억 원(고려아연의 우군인 베인캐피탈의 매수 규모는 뺀 수치)은 고려아연의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97.1%이고,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5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공개매수#영풍#MBK#경영권#최윤범#장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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