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전체 전력 4분의1…공급 위험
용인 클러스터도 전력 대책 미비
“韓 첨단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 커”
대만 TSMC가 2030년 대만 전체 전력 사용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심각한 전력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수혜에 힘입어 TSMC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전력 공급은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전력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양사가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10GW(기가와트) 이상 전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원법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11일 신용평가기관 스탠더스앤푸어스(S&P)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만 TSMC의 전력 사용량은 250GW이며 대만 전체 전력 사용량의 8%, 산업 부문 전기 수요의 16%를 차지한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 전기 생산량과 맞먹는 용량이다.
TSMC의 전력 사용량은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대만 전력 사용량의 4분의 1 수준인 23.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나노·2나노 등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면서 전력 사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S&P는 TSMC의 전력 사용량은 급증하는 반면 대만 전체 전력 공급량은 부족해 TSMC가 전력 공급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TSMC가 향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까지 ‘전력 공급’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47년까지 622조원을 들여 경기도 남부에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대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이곳에 16기의 반도체 생산설비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전자 10GW, SK하이닉스 6GW 등 총 16GW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2027년 가동이 목표인 첫 번째 공장의 전력 공급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향후 세워질 공장들의 중장기 전기 공급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전력망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은 반도체 설비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주민 수용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전력망 특별법이 폐기됐던 만큼 이 법이 통과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송전망 건설 계획에 따라 착공한 36개 사업 중 3개만 적기에 준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전력망 확충 사업 가운데 8%만 예정대로 준공된 것이다.
내년 완공 예정이던 송전선로 사업 시행 기간도 연기되면서 수도권 일대 전력망 확충도 미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공급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에 큰 차질을 빚어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우위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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