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운전자와 페달 없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운행되는 무인(로보)택시를 최초로 공개했다. 2026년 약 3만 달러(약 4000만 원) 미만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수년 동안 호언장담했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드디어 공개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로 점유율 격차를 좁혀오는 가운데 테슬라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버뱅크 워너브러더스 영화촬영 스튜디오에서 ‘위, 로봇’ 행사를 열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사이버 캡’ 시제품을 선보였다. 사이버 캡은 차체 양쪽에 문이 하나씩, 총 2개 달린 2인승으로 설계됐다. 내부에는 운전대와 가속 페달이 없는 구조였다. 차량의 후면 천장 쪽 경사가 급격하게 깎인 쿠페 형태이고, 운전자가 필요 없기에 사이드미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테슬라는 또 2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버스 ‘로보 밴’도 선보였다.
머스크는 “우리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으로 매우 최적화된 사이버 캡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약간 낙관적인 경향이 있지만 2026년까지, 2027년 이전에는 사이버캡을 대량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지역에서 (운전자의) 감독 없는 주행을 위한 허가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전자율주행 택시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됐다고 테슬라 측은 강조했다. 사이버 캡은 완전자율주행 택시이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전기차 택시와 유사한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당신이 (사이버 캡을) 구매할 수도 있다”며 “가격이 3만 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가 개인 용도로 로보택시를 구매하고 ‘에어비앤비’에 집을 등록해 손님을 받는 것처럼 택시로 운행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도 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겠다는 의미다.
이어 택시의 소비자 이용가와 관련해 “버스 평균 이용 가격은 1마일당 1달러 정도”라면서 “(사이버 캡은) 세금과 기타 모든 것을 포함한 가격이 1마일당 30센트 또는 40센트 정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가 자율주행 수준에 있어 가장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기준 글로벌 선두 기업인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에 뛰어들면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자사의 차량을 이용하는 전 세계 운전자들로부터 방대한 양의 자율주행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기술 고도화로 이어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형 제품을 앞세워 테슬라의 점유율을 갉아 먹는 가운데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앞세워 다시 한번 달아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기대감 덕에 테슬라 주가는 최근 5개월 간 70%나 올랐다.
다만 머스크가 2026년으로 못 박은 사이버 캡의 출시 시기를 준수할지는 미지수다. 머스크는 그동안 로보택시와 관련해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 머스크는 2019년에 “내년(2020년)에 로보택시를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4월에도 “8월 8일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이를 2달가량 연기했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택시 구글 웨이모가 잦은 사고로 논란을 빚는 가운데 사이버 캡이 규제당국의 승인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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