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겸손, 조직 성과에 영향
인정 욕구가 겸손보다 크면
‘겸손 떠는’ 리더로 보일 수도
겸손은 어렵다. 특히 성공한 리더일수록 겸손하기가 쉽지 않다. 성공이 거듭될수록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는 ‘나는 틀리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큰 성공을 거뒀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리더의 겸손함 내지 겸손의 리더십은 개인과 조직 차원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겸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겸손함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다. 2013년 미국 브리검영대의 브래들리 오언스 교수와 그 동료들이 측정 도구를 개발한 이후 연구가 본격화됐지만 이 측정 도구는 서구권에서 서양 문화의 영향을 주로 받은 사람들을 통해 개발되고 검증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한계가 있다. 이에 미국, 싱가포르, 중국, 캐나다의 여러 리더십 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오언스 교수가 개발한 리더의 겸손함을 측정하는 도구를 보편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연구팀은 서양의 문화적 특성뿐 아니라 동양 문화권의 철학적, 종교적 전통까지 반영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덕목으로서의 겸손함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측정 도구를 개발했다. 특히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3가지 차원인 ①스스로를 정확하게 보려는 의지 ②타인의 기여와 강점에 대한 인정과 감사 ③학습하고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의지 외에 새로 6가지 차원을 추가했다 ④솔선수범 ⑤겸손함의 표현 ⑥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⑦공감 및 친근함 ⑧상호존중 및 공정성 ⑨멘토링 및 코칭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9개의 차원을 바탕으로 27개의 리더십 측정 문항을 만들었다.
27개 문항은 기업 현장에서 겸손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자세와 행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또한 리더가 가져야 할 겸손함에 대해 도덕적이고 포괄적인 정의를 제공해 부하 직원들을 포함한 타인의 입장이 리더 개인의 입장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 리더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특권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측정 문항을 개발하고 검증하기 위해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리더 본인이 아닌 부하 직원이라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겸손함을 평가하는 몫이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진짜 겸손한 사람과 겸손을 떠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이나 존경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내가 가진 겸손함의 크기보다 더 클 때 우리는 소위 겸손을 떨게 되는, 다시 말해 겉으로만 겸손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겸손한 리더라고 인정받는 것은 겸손함을 갖춘 다음 얻을 수 있는 결과이지 그 인정이나 존경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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