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경매 4년만에 최대… 경기위축에 10곳중 7곳 주인 못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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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건수 7개월째 늘어 3분기 828건
수요 줄어 낙찰률 1년새 3.1%P 하락
값 떨어져 낙찰가율 76.9%→67.8%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도 ‘빨간불’

#1. 전남 함평군의 한 자동화설비 공장(490m²)과 부지(1516m²)는 2022년 7월부터 경매에 부쳐졌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2년간 경매가 다섯 번 유찰되며 가격(1억9632만 원)은 감정가(5억4778만 원)의 36%로 뚝 떨어졌다.

#2. 경기 포천시 폐기물 수집·처리 업체의 공장(1222m²)과 부지(8112m²)는 지난해 6월 첫 경매가 진행됐다. 하지만 다섯 번의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해 가격(5억207만 원)이 감정가(10억2463만 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3분기(7∼9월) 경매로 넘어가는 공장은 13개 분기 만에 최대로 증가한 반면, 경매 물건이 주인을 찾는 비율은 30%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제조업 경기가 얼어붙은 탓이다.

1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3분기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공장과 제조업소 경매는 총 828건으로 집계됐다. 3분기 기준으로는 2020년(936건) 이후 4년 만에 최대, 전체 분기 기준으로는 2021년 2분기(4∼6월·896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매 건수는 2023년 1분기(1∼3월)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는 공장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3분기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30.9%로 전년 동기(34%)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6.9%에서 67.8%로 9.1%포인트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공장이 많아지는 동시에 공장을 운영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개 공장 부지는 용도변경이 어려워 공장 운영 목적이 아니면 응찰에 나서지 않는다”며 “게다가 경기 침체기에는 공장을 확장하려는 수요도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제조업 분야 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25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직전 분기인 3분기(89)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나타났다. BSI 전망치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내렸지만, 공장 경매 시장은 여전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금리보다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분간 공장 경매 물건은 증가하면서 낙찰률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장경매#경매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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