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자영업자 간 자율적인 상생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대화 기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배달수수료 상한선 등을 두고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목표로 한 이달까지 결론을 내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배달수수료 결정을 업체 자율에 맡기는 대신 법적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1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이날 오후 7차 회의를 열어 배달수수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최고 수수료율을 현행 9.8%로 유지하되 매출액이 낮은 업체에 대해서는 수수료율을 깎아준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단, 수수료율 인하의 조건으로 내건 ‘입점업체 측의 할인 혜택 제공’ 단서는 빼기로 했다.
앞선 6차 회의에서 배민은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과 같은 9.8%로 유지하되 매출액 하위 40%에 해당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매출액 하위 20∼40%는 4.9∼6.8%의 수수료율을, 하위 20%까지는 2%를 적용하는 식이다. 단, 하위 20∼40%의 경우 점주들이 손님에게 1000원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수수료율을 깎아주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요기요 역시 매출액 하위 40% 업체에게 수수료 일부를 포인트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기존입장을 유지했다. 쿠팡이츠 측은 배민의 상생안을 따르되, 쿠팡이츠가 고용한 배달기사를 통해서가 아닌 입점업체 측이 직접 배달하는 경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앱 3사가 사실상 전과 같은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 회의는 평소보다 약 1시간 이른 1시간 반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자영업자 단체 역시 중개 수수료율 상한을 5%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협의체는 “이날 논의 결과 양측 간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차기 회의에서 진전된 안을 제시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상생협의체는 23일 8차 회의를 열어 양측의 의견 조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고 수수료율을 둘러싼 견해차가 첨예한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한 이달 안에 결론을 내기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등 4명의 공익위원들이 낸 중재안을 협의 결과로 발표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 경우 이행 여부가 업체 자율에 맡겨져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사자끼리 자발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하게 한다는 ‘자율규제’의 목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상생협의체의 결과에 따라 자율규제가 아닌 법적규제 카드를 꺼낼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방안이 사회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도 배달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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