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脫한국 가속… 해외ETF 14배 늘때 국내는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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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해 들어 1.2% 떨어져
美 빅컷 등 국내외 호재에도 ‘비실’
국내 투자자, 3분기 해외 거래 8%↑
외국인 지난달 국내서 7조 순매도

외국인에 이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마저 ‘탈(脫)코리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대신 해외 주식 ETF를 선택하는가 하면, 해외 직접투자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 등 호재에도 연일 비실거리는 한국 증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상장된 ETF 중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 386종의 순자산은 53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해외 투자 ETF 상품 115종의 순자산은 3조7000억 원에 불과했는데, 약 5년 사이 14.4배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ETF 상품(507종)의 순자산은 106조1000억 원으로 2019년(335종·48조 원)에 비해 2.2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자산 대신 해외 자산을 투자처로 삼는 이들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도 급증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말(9월 말)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1379억4000만 달러로 또 한번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2분기 말(6월 말)보다 8.3% 증가한 수치로, 보관금액은 예탁결제원을 통해 거래한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총잔액을 의미한다.

이 같은 탈코리아 움직임은 미국 등 해외 증시는 뚜렷한 우상향의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에 한국 증시는 수년째 지지부진한 박스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는 1.2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미국 나스닥지수는 각각 18.35%, 22.1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각종 국내외 호재에도 유독 한국 주식시장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 연준이 4년 6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지난달 19일 코스피는 0.2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각각 2.13%, 1.68% 뛰었다. 지난달 24일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 다음 날 코스피는 오히려 1.34% 떨어졌다.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1일에도 0.09% 떨어진 2,596.9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투자가의 거센 매도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3610억 원을 순매도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며 총 10조6994억 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결국 증시를 떠받쳐 줄 기업들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유독 민감한 반면에 미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많고 기업 실적이 좋아서 주식시장이 잘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증시는 미래를 내다보는 성격이 강한데, 여전히 수출 대기업 중심의 과거 성장 공식에 얽매여 있는 한국 경제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높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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