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자 47%가 이벤트기간내 처분
사고팔기 반복하며 경품만 타가
실투자자에 잘못된 정보 줄 소지
증권-자산운용사 ‘홍보 도움’ 방조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 이벤트의 경품 당첨자 중 절반가량이 이벤트 기간 내에 사들였던 물량을 전부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을 달성한 사람들에게 문화상품권, 백화점상품권 등 경품을 지급하는데, 이때 매수 거래뿐만 아니라 매도 거래까지 포함하는 것을 악용해 ‘사고팔고’를 반복해 거래량을 부풀린 뒤 경품만 타가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부풀려진 거래량이 자사 ETF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2024년 상반기(1∼6월) ETF 거래량 이벤트 당첨자 내역’에 따르면 경품 당첨자 중 46.6%가 거래량 이벤트 기간 내에 자신이 사들인 물량을 전부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벤트 기간에 사들인 물량을 100% 보유한 당첨자 비율은 9.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이벤트 기간 내에 물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의 순매수 이벤트 당첨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수·매도를 포함하는 거래량 이벤트 당첨자 중 사들인 물량을 100% 그대로 쥐고 있었던 진성 투자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에만 ETF 거래량 이벤트에 10만903명이 당첨됐으며, 총 7억8604만 원어치의 경품이 제공됐다.
거래량 이벤트는 통상 자산운용사들이 신규 ETF를 출시할 때 자사 상품을 알리는 홍보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품만 노리는 전문 ‘체리피커’(혜택만 챙기는 소비자)가 경품을 싹쓸이하면서 거래량 부풀리기로 인한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이벤트 당첨 기준이 거래량 2억 원 이상이라면, 이들은 이벤트 기간 내에 1억 원어치의 물량을 매수한 뒤 그대로 매도하면서 거래량 기준인 2억 원을 맞추고 상품만 채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거래량을 주요 투자 평가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량이 많을 경우 인기 있고, 환금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자칫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이 거래량 이벤트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품 홍보나 거래 수수료 등의 수익을 위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량 이벤트가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품 지급 시 매수 물량을 전량 처분한 참여자를 배제하든지, 매도 거래를 제외한 순매수 이벤트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TF 거래량 이벤트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 당국에서도 조만간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거래량 이벤트 등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제도적으로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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