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직개편하며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 대상 직원만 5700명
SKT도 최근 퇴직 프로그램 강화
네이버-카카오는 계열사 정리
글로벌 빅테크에서 불던 인공지능(AI)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인 AI 사업 키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력이 아닌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력 감원 등 비용 절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KT는 조직 개편과 동시에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네트워크 운용과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신설 법인 2곳의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신설될 법인은 ‘KT오에스피’와 ‘KT피앤엠’ 등 두 곳으로 KT가 지분을 100% 가진 자회사다.
이와 동시에 신설 자회사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도 밝혔다.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직원 수만 5700여 명에 달한다. KT 전체 직원은 6월 말 기준 1만8617명이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김영섭 KT 대표 취임 이후 첫 구조조정인 셈이다.
5700명 중 본사의 네트워크 관련 인력 3800여 명은 새로 설립한 두 자회사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800명이 담당해 온 상권영업·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는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인력은 기존 그룹사로 재배치된다. 직무 전환이나 회사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 인력을 대상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진행한다.
KT 측은 “AI와 결합한 통신회사인 AICT 회사 전환을 위한 인력 구조 혁신 차원”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 보상, 고용 연장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2조4000억 원의 공동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AI에 수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AI 사업 자체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KT노조 중앙본부는 전날부터 철야 농성을 시작했고 이날부터는 전국 8개 지방본부가 동시에 철야 농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16일에는 KT 노동조합 간부진 300여 명이 KT 광화문 사옥에 모여 단체행동에 들어간다. 제2 노조인 KT새노조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전문 직군 분사는 좋은 일자리를 값싼 일자리로 대체한다는 것”이라며 “통신망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특별퇴직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도 AI 투자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정년을 앞둔 직원 대상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의 격려금 규모를 기존 5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6배나 상향 조정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를 매각하는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앞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지난해부터 AI 투자를 위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왔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1만5000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인력 조정에 나선 상태다. 메타도 6월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 메타버스 핵심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를 해체하고 AI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한영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과 변화는 불가피한 만큼 그 일환으로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업으로서 공적 역할과 효율성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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