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복도폭-주차장 등 기준 낮춰
이행강제금 유예 내년 9월로 연장
지자체가 최종 결정… 협업 필수적
“전국 30~40% 용도변경 가능해질듯”
이미 준공했거나 착공에 들어간 생활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한 기준이 완화된다. 원래 숙박업소인 생숙이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소지가 있는 11만2000채에 대해 ‘이행강제금 폭탄’ 대신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흔히 ‘레지던스’로 알려진 생숙은 취사와 세탁 등이 가능한 숙박시설을 말한다.
먼저 국토부는 복도 폭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생숙과 오피스텔은 각각 복도 폭을 최소 1.5m, 1.8m씩 확보해야 한다. 피난·방화시설을 주거시설 수준으로 보강한 경우 복도 폭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주차 기준도 낮춰 준다. 생숙을 분양받은 사람이 600m 이내의 외부 주차장 공간을 확보해 오피스텔 수준(가구당 1대)을 맞추거나, 지자체에 현금을 납부하는 경우다. 국토부는 지자체에서 아예 조례를 개정해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지자체에서 기부채납을 전제로 오피스텔 금지 구역을 가능 구역으로 바꿔주는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시한은 올해 12월에서 내년 9월로 연장했다. 이 기간 내 관할 지자체에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을 하거나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신청하면 유예 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해 준다.
이와 동시에 앞으로 신규 분양하는 생숙은 실거주용으로 쓰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30실 이상 숙박업 신고 기준에 맞는 대상자에게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것은 생숙 소유주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생숙은 주거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취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전매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2018년 아파트 중심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후 주거 대체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국토부가 2021년 10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수분양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12월 이행강제금 유예 시한이 종료되면 대규모 혼란이 예상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생숙은 총 18만8000실이다. 이 중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될 소지가 있는 생숙은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은 5만2000실과 현재 짓고 있는 6만 실 등 총 11만2000실이다. 일부 생숙에선 분양받은 사람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거나 잔금 납부를 거부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 생숙 관련 집단소송은 50여 건, 소송 인원은 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사들은 잔금을 받지 못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전국 생숙의 30∼40% 정도가 용도 변경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지자체 협력이 필수적이다. 주차장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해 지자체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주거 기능을 하는 생숙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지자체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지자체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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