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주택 LTV 80%→70% 축소 등
유예기간 없이 21일 시행 발표했다
시행 3일 앞두고 유예… 혼란 키워
“대출 규제 오락가락 반복” 비판
정부가 2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를 시행 3일을 앞두고 유보하기로 했다. 잔금을 앞둔 실수요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자 시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정책을 발표해 시장의 혼선과 실수요자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2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디딤돌 대출 규제를 잠정 유예한다고 18일 밝혔다. 디딤돌 대출은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신혼 85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 원(신혼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2∼3%대 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국토부가 시중은행과 만나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한 건 이달 11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다. 국토부는 이른바 ‘방 공제’라 불리는 소액 임차인 대상 최우선변제금(서울 5500만 원)을 대출금에서 제외해 달라고 했다. 서울에서 3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기존 2억1000만 원(LTV 70%)에서 1억5500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생애최초 주택 매수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은 기존 80%에서 70%로 축소하고, 아직 등기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후취 담보 대출’은 아예 중단해 달라고 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대출 규제를 유예 기간도 두지 않고 갑자기 시행한다고 하자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앞둔 예정자들은 대출을 아예 못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가계대출 정책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월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돌연 두 달 미뤘다. 이에 7, 8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치솟았고 특히 8월엔 막판 수요가 집중되면서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9조6259억 원이나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에 돌출 발언을 내놓으며 대출 시장에 혼란을 키웠다. 금감원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7월 초 은행권은 우대금리 혜택 축소, 가산금리 확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고금리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월 “(은행권의)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발언에 화들짝 놀란 은행들은 금리 인상이 아닌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유주택자 대출 제한, 대출 만기 축소 등으로 대출을 규제한 것이다. 이번에는 은행들이 서로 다른 취급 기준을 적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 원장은 “국민들께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발언과 규제는 시장의 혼란만 초래한다”며 “특히 정책대출 규제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더욱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