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폴드, 정자+난자 수정 과정에 관여하는 제3의 단백질 새롭게 발견
3개 단백질 상호작용으로 정자·난자 인식 가능…불임 치료 새 단서 기대
올해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인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분자적 과정을 새롭게 밝혀냈다. 생명체 탄생의 근간인 수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돼 향후 불임 등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비엔나 분자병리학연구소 소속 연구진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정자와 난자가 서로 만날 수 있게 돕는 3가지 단백질을 발견해냈다. 이들 단백질이 없으면 포유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의 생식 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식이 이뤄진다는 것은 오늘날 초등 교육 과정에도 포함되지만, 그 구체적인 결합 과정은 풀기 어려운 ‘분자적 수수께끼’였다. 정자와 난자라는 두 세포가 결합하는 과정에는 세포의 지질막에 있는 단백질들이 관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들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일시적으로 아주 약한 수준에서만 일어났기 때문에 생물 연구의 기본인 생쥐 실험 등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이에 초기 생식생물학 연구는 물 속으로 정자와 난자를 방출하는 해양 무척추생물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열대어류인 제브라피쉬와 생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장 어려운 문제였던 세포 지질막 단백질에 대한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알파폴드가 등판했다. 알파폴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을 활용한 것.
알파폴드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 과정에서 3개의 정자 단백질이 함께 복합체를 형성한다고 예측했다. 정자와 난자라는 두 세포가 만나 합쳐지기만 하면 수정이 된다는 이전의 개념을 깼다.
알파폴드가 찾은 3개의 단백질 중 2개는 이미 생식에 필수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는 물질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된 제3의 단백질도 제브라피쉬와 생쥐의 생식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식 과정에서 세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제브라피쉬의 생식 과정을 분석한 결과 이들 3개 단백질이 난자 단백질이 결합할 수 있는 장소를 형성해 정자와 난자가 서로 인식하는 메커니즘까지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단백질 덕분에 두 세포가 서로를 찾고 만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제3의 단백질이 생식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불임 등의 문제 원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새롭게 발견된 단백질 복합체 등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아가 치료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학계에서는 향후 알파폴드가 생물의 수정 연구에도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요크대학교의 생화학자 개빈 라이트는 “기존의 실험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런 모델링 연구들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파폴드는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개발된 지 불과 4년여 밖에 되지 않은 AI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수정 실험에서도 활용됐듯 알파폴드는 기존 생물학계에서 50여년 동안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를 거의 예측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확인된 2억개에 달하는 단백질 구조를 거의 대부분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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