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반도체 기술 진전”… 美 장비수출 통제의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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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강화 통해 반도체 굴기”
전자 아닌 빛 통해 데이터 전송… 美 반입 통제 ‘EUV’ 필요치않아
中반도체 펀드 기금 올해만 66조원
美내부 “中 R&D 가속화 역효과”

미국의 잇따른 첨단 장비 수출 통제에 직면한 중국이 자체 기술력 강화를 통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광반도체’ 개발에 집중하면서 반도체 경쟁에서 우회로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中 연구소 “빛 이용한 반도체 개발”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영 연구소인 JFS연구소가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광반도체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전자가 아닌 빛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소는 실리콘 반도체에 통합된 레이저 광원을 점광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의 주요 소재인 실리콘은 빛을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빛을 내는 소재를 실리콘에 통합하는 것이 광반도체 개발의 주요 과제였는데 이를 해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명기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는 “AI의 등장으로 데이터양이 폭증하는 상황 속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엔 광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관련 기술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특유의 ‘대규모’ ‘저비용’으로 개발에 나서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자가 아닌 빛을 이용하는 광반도체는 미세한 전자회로를 그려 넣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미 정부의 EUV 장비 반입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올해 1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광반도체 기술은 반도체와 AI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 싱크탱크 “중국 기술 우회, 경제 안보에 위협”

중국은 광반도체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해 D램 제품 87%를 19나노 공정으로 생산했지만 올해 17나노 제품 점유율을 53%로 끌어올렸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2차원에서) 미세하게 D램을 제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어 D램도 낸드플래시처럼 3차원(3D)으로 쌓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은 이미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ASML의 EUV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없는 중국이 자체 투자를 통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와 주요 은행 등이 반도체 기술개발 등 투자를 위해 설립한 ‘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 1호 펀드 기금 규모는 1387억 위안(약 26조 원), 2호 2042억 위안(약 39조 원), 3호 3440억 위안(약 66조 원)에 달한다.

미 내부에서도 수출 통제가 중국의 R&D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나노 이하 반도체 수출이 제한되던 지난해 8월, 중국 화웨이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와 함께 7나노 공정으로 스마트폰 ‘두뇌 칩’을 자체 개발한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CSIS는 이달 보고서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국내 R&D가 강화됐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더 빠른 길’을 갈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중국의 ‘기술 우회’ 노력은 미국의 국가적, 경제적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짚었다.



#중국#광반도체#R&D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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