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때 집주인 보증금 반환 능력도 평가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1일 03시 00분


전세자금 대출 규모 200조 안팎
금융당국 “전세사기-역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줄여야”
전세대출 한도 축소 방안도 검토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 과정에서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2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세대출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임차인의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집주인)의 상환 여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별로 마련한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전세제도는 집값이 완만하게 오른다는 가정하에 세팅돼 있다”며 “이렇다 보니 집값이 꺾이면 부작용이 속출하게 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22년 7월 이후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전세 사기’ ‘역전세’ 사례에서 보듯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현재 200조 원 안팎 정도로 추정되는 전세대출 공급 규모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이 집주인에게 유동성을 공급, 갭투자를 용이하게 해주면서 주택 가격을 높이고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누적돼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임대인의 상환 능력 평가와 더불어 전세대출의 보증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임차인이 전세금 총액에서 대출로 조달할 수 있는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될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60대 이상 임대인들의 현실적인 여력을 고려했을 때, 신용평가로 인해 전세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면 이들 중 상당수가 전세금 반환을 못한다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책이 시행되면 퇴직한 중장년층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689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7221억 원 늘었다. 8월(9조6259억 원)과 지난달(5조6029억 원)에 비해 증가 폭이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보험, 농·수·신협,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대출 총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보험사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000억 원, 새마을금고는 2000억 원씩 늘어났다. 이는 전월 증가 폭(3000억 원, ―2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달 23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2금융권 임원들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개최한다. 이달 15일 실무진급 회의를 진행한 지 불과 8일 만에 2금융권을 다시 소집하는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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