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상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강은 올해 노벨상 상금으로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노벨상 상금의 재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바로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부호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출연한 사재가 그 기반이 됐습니다. 노벨은 1895년 노벨상을 제정하면서 3100만 크로나를 내놨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산 규모는 무려 62억3300만 크로나로 커졌습니다. 1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산을 꾸준히 불려 원화 기준 8000억 원이 넘는 ‘큰 손’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노벨은 유언장에 “3100만 크로나가 넘는 재산을 펀드로 전환하고 안전한 증권에 투자하라”며 “해당 투자 수익을 한 해 동안 인류에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상금 형태로 분배하라”로 적어뒀습니다. 실제로 노벨재단은 설립자의 의중을 반영해 현재까지도 직접 투자 대신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을 통한 간접 투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노벨 재단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투자자산(62억3300만 크로나) 중 약 52%가 주식형 펀드에 담겨 있습니다. 대체투자(22%), 채권(17%),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9%) 등 다른 자산에 비해 훨씬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투자 지역은 스웨덴뿐 아니라 기타 유럽 지역, 미국, 신흥국 등으로 다양합니다.
국부펀드, 연기금 등 전 세계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노벨 재단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노벨 재단은 초기에는 설립자의 뜻에 따라 안전성이 높은 채권 위주로 편입하다가 주식, 부동산 등으로 투자 보폭을 넓혔습니다. 수익률이 부진해 노벨상 상금을 깎아야 하는 상황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노벨재단이 주목을 집중시킨 것은 18년 전인 2006년 무렵입니다. 당시 노벨재단은 미국 코빈캐피탈파트너스(Corbin capital partners) 등 3곳의 헤지펀드에 기금의 일부를 위탁했습니다. 뭉칫돈을 굴리는 기금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긴 것입니다. 국내 연기금 고위 관계자는 “노벨재단과 교황청은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대체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두둑한 상금은 재단이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운영한 기금의 수익에서 나옵니다. 재단 규칙에 따라 수익의 67.5%를 상금으로 활용하는데 수익률에 따라 상금 액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강 작가가 받게 될 상금(1100만 크로나)은 전년도 수상자보다 100만 크로나 많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1078만7402 크로나)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 재단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연 10% 정도였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해서 투자한 점 △현지(스웨덴) 이외의 지역 주식 비중을 늘린 점 △헤지펀드, 프라이빗에쿼티,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점 등을 노벨 재단이 장수한 비결이라 말합니다. 수익률을 개선하느라 허덕이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노벨 재단이 작성해 온 연례 보고서를 살펴보며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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