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견인차, 수하물 운반 차량 등 공항 내 특수차량들이 제대로 된 안전 점검을 받지 못해 매년 십여 건 이상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항에서 특수차량을 운행하는 업체들이 안전 검사도 같이하는 이른바 ‘셀프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특수 차량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와 제주, 김해, 청주, 대구 등 14개 공항에 있는 특수 차량은 총 3104대,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특수차량은 1950대다. 이 특수차량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2022년 6회, 2023년 9회, 올해 9월까지 5회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14개 공항에서는 2021년 10회, 2022년 15회, 지난해 17회, 올해에는 9월까지 18회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김해공항에서는 수하물 운반차와 운반함의 연결고리가 파손되면서 떨어진 운반함이 반대 차선에서 운행 중이던 공항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제주공항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케이터링 차량과 수하물 운반 차량이 충돌했다. 2022년에는 특수차량 점검 작업자가 동료의 실수로 전원이 차단되면서 점검 차량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수차량 사고가 빈번한 이유는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수차량은 공항안전관리 기준과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매년 1회 안전 점검을 받아야 한다.시·도 등록번호가 있는 차량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는다. 이를 제외한 특수차량은 공항을 관리하는 공사에서 차량 검사를 하게 돼 있다. 공사가 직접 검사를 해야 하는 특수 차량은 한국공항공사 소속 1358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1556대다.
그런데 두 공항 공사는 특수차량 검사를 대형 항공사의 자회사(지상조업사) 2곳에 맡기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전문 차량검사 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자회사들이 특수차량을 운영하고 있어서 사실상 ‘셀프검사’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특수차량의 노후화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312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328대가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었다. 이중에서는 제작된 지 47년이 된 차량도 있다.
손 의원은 “공항 내 특수차량의 사고 예방을 위해 지상조업사의 ‘셀프 검사’가 아닌 공신력 있는 기관의 철저한 안전 검사가 필요하다”며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특수차량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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