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햇살가득 꿈가득’ 사업
서울 주거빈곤 아동가구 이사 지원
내년 6월까지 주민센터서 지원 신청
“해마다 일기예보를 통해 ‘기록적인 폭우’ 이런 말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올해 유독 덥고 비가 많이 와서 악몽 같은 여름이었는데 이제는 날씨가 그리 걱정되지 않네요.”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유정미(가명·41) 씨가 아이와 단둘이 살던 반지하 집은 2022년 8월 폭우 때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었다. 비가 올 때마다 건물 내부로 빗물이 스며들어 벽을 타고 흘렀다. 유 씨 가정은 최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아 지상에 위치한 집으로 이사를 마쳤다. ‘세계 주거의 날’이었던 7일 월드비전 관계자를 만난 유 씨는 “비록 작은 집이지만 아이와 편히 잘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꿈만 같다”고 기뻐했다.
서울시 아동가구 주거 빈곤 문제는 기후 위기 환경 속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21년 서울시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주거 빈곤 아동 가구는 총 10만여 가구로, 전체 아동가구의 약 15%를 차지했다.
주거 빈곤 문제는 아동의 신체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반 가구에서 신체적 건강상태가 양호한 아동의 비율이 91.6%를 차지한 반면에 주거 빈곤 아동가구에서는 82.1%였다. 유 씨 가정처럼 반지하와 옥상 거주 아동가구에서는 73.4%로 일반 가구에 비해 크게 낮았다.
주거 빈곤 아동가구에서 주택이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신체건강 위협(53.2%), 정신건강 위협(40.7%), 사회성 저하(39%) 등 여러 면에서 나타났다. 주거 빈곤 아동가구의 66.3%가 양육환경 개선을 위해 이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한기윤(가명·9) 어린이의 어머니는 “비가 오면 방 벽지와 장판이 곰팡이로 가득하고, 벌레도 수십 마리가 날아다닌다”며 “겨울에도 난방비 걱정에 마음 놓고 보일러를 틀기 어려워 아이의 비염이 갈수록 심해져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월드비전 및 서울시,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는 6월 ‘기후위기 취약아동 미래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지역 기후위기 취약 아동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햇살가득 꿈가득’ 이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월드비전은 총 10억 원의 예산으로 2025년까지 아동 가구당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꿈 지원 사업을 통해 이들의 꿈과 자립을 지원한다. 이번 협약을 토대로 지난 3개월 동안 서울 지역 내 총 15가구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비를 지원받거나 이사했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 등 혹서기·혹한기 기후 재난에 취약한 집들이 서울 곳곳에 많은 만큼, 월드비전은 주거 빈곤에 놓여 있는 아동 가정을 발굴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이들이 안전한 집에서 행복한 꿈을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드비전 ‘햇살가득 꿈가득’ 지원 신청은 내년 6월까지 동 주민센터, 자치구, 지역 내 사회복지관을 통해 가능하다. 편성된 예산 상황에 따라 사업 연장 및 조기 마감이 될 수 있다.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적합성을 판단해 지원되며 지원 후 점검과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지원금은 △이사 보증금 및 이사비용 △주거개선비(도배, 장판 교체 등) △환경지원비(에어컨, 건조기 구입 등) △재해비(긴급 생계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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