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로펌에다 쏟아붓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내부 처우 개선이나 자체 역량 강화에 쓰는 게 맞지 않을까요.”
산업통상자원부가 로펌에 내는 통상 자문료를 두고 한 정부 관계자가 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통상 전문가가 필요한데, 내부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외부에 의존하는 실정을 우려한 것입니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최근 5년간 통상 법무를 위해 로펌에 지급한 자문료는 7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으로는 2019년 80억 원에서 지난해 162억 원으로 2배로 뛰었습니다.
산업부는 올 8월 기준 국내외 15개 로펌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통상 분쟁과 수입 규제, 주요국 제도 검토 등을 맡긴다고 합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이 대표적입니다.
산업부가 외교·통상 이슈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부 통상 전문 변호사가 1명뿐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변호사 출신의 김세진 통상분쟁대응과장이 유일합니다. 산업부 내 외국변호사 인력이 더 있긴 하지만 통상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어 지원이 어렵고 전문성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기업들도 우려가 큽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미국 대선과 IRA의 변화 가능성, 반도체 규제 강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긴밀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정책 분야를 다루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요국의 통상 정책이 쏟아지는데 매번 바깥에다 물어보고 논의하면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자체 통상 전문가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처우입니다. 통상 법무 분야에서 산업부와 로펌 간 전문 인력의 급여는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산업부 내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과도한 비용이 지출될 뿐만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 대응 능력을 축적할 기회도 소멸되고 있다”며 “획기적인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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