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을 실어 나르는 물류는 국가 경제의 동맥이다. 그중 국민의 생필품과 산업재를 수송하는 1t 소형 화물차는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과도 같다. 하지만 이 ‘소상공인의 발’ 1t 트럭이 위태롭다.
현재 1t 화물차의 운임은 택시비보다 저렴하다. 용달 화물 운전자들은 하루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운전과 가혹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수입을 받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인 용달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그나마 지원하던 액화석유가스(LPG) 화물차 구매 보조금마저 끊겼다.
정부는 운전자가 기존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 신차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화물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해 미세먼지를 줄이고, 영세 사업자의 부담도 덜기 위해서다. 그러나 2019년 보조금 4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2022년 200만 원, 2023년 100만 원으로 지원 금액이 축소돼 오다 지난해 연말 완전히 중단됐다. 이는 용달사업자의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이자, 대기 환경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역행하는 탁상 행정이다.
정부의 환경 규제로 경유 화물차가 단종돼 1t 화물차의 선택지는 LPG와 전기 화물차뿐이다. 이 중 전기 화물차는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불편 문제로 외면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판매량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LPG 화물차는 성능과 유지비, 충전편의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기존 경유차의 대안으로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1t 화물차주들에게 신차 가격은 큰 부담이다. 화물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경유차를 계속 운행하거나, 중고 경유차를 구매해 운행하고 있다. LPG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중단이 경유 화물차의 운행 연장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정부는 수송 분야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지원하고 있으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승용차에 집중돼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주행거리가 월등히 길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화물차에 우선 순위를 둬야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생계형 화물차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를 구매하는 경우 조기 폐차 지원 예산을 활용해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경유차의 퇴출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친환경 화물차의 보급을 촉진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는 대기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16만 용달 화물차 운전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서민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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