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자산가 대상 은행 PB 서비스의 진화
증권사도 ‘자산가 모시기’ 경쟁 치열… 100억 원대 자산가가 최우선 타깃
1명 영업 때 가족-회사 함께 유치… ‘스타 PB’는 임원급 연봉 받기도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 거리의 한 빌딩. 브랜드 로고를 내건 명품숍들 사이에 위치한 이 빌딩은 업체명 등이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아 언뜻 봐서는 어떤 매장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창문도 거의 없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내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양복 차림의 직원이 나와 뒷좌석 문을 열고 고객을 맞이했다.
이곳은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이 운영하는 프라이빗뱅커(PB)센터다.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형 간판을 내걸고 모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권사 측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PB센터에 방문하는 자산가들은 얼굴이 알려진 경우가 많아 남들 눈에 띄지 않기를 원한다”며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건물에 회사명 노출을 최소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강남권 주요 지역에 고액을 투자해 PB센터를 설치하면서 고액 자산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오프라인 영업점에 방문해 상담받기보단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활용함에 따라, 전국 단위 오프라인 영업망을 유지하는 대신 고액 자산가 대상 PB센터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는 것.
특히 금융 자산 100억 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가 최우선 타깃이다. 초고액 자산가 1명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자녀나 배우자 자산관리까지 함께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산가가 가진 법인의 퇴직연금 관리 등 함께 따라오는 영업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의 경우 유치 고객 수를 파악할 때 ‘명’ 단위가 아니라 ‘가문’ 단위로 파악한다”며 “‘이번 분기에 가문 몇 곳을 유치했다’는 식이다. 자산가 한 명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이를 위해 PB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증권사 대부분이 오프라인 지점 수를 줄이면서 전체 인력은 줄고 있지만, 강남권 등 고액 자산가가 모이는 지점은 오히려 대형화하면서 PB 채용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 반면 투자 리포트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엔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를 많이 보유해 양질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게 증권사의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보 접근성이 좋아져 고객들이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일선에서 영업이익을 높여줄 PB의 중요도가 훨씬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PB 간 연봉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대형 지점 인기 PB는 실적에 따라 고위 임원급 연봉 이상의 금액을 벌어들이지만, 비강남권 지점에서 비교적 소액을 관리하는 PB의 경우 연봉이 타 직군 신입 사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10년간 PB 업무를 했던 한 증권사 직원은 “인기 PB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기도 하지만, 그만큼 영업에 쓰는 비용도 많다”며 “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험사 영업직에 매달 현금을 주고 소개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