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3분기까지 4조3953억 기록
신한, 1357억 사고에도 4.4% 증가
우리 “연간 순이익 3조원 목표 순항”
당국 대출억제, 금리인상 명분 제공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7∼9월)까지 최대 4조 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도 3분기 이자 장사는 호황이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금융권이 대출금리를 오히려 인상할 명분을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 1∼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3953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3분기 순이익(1조6140억 원) 역시 지난해 3분기(1조3689억 원)보다 17.9% 늘었다. 같은 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3조98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8183억 원)보다 4.4% 증가했다. 역대 가장 많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22년 3분기(4조3154억 원)로, 일시적 순이익인 증권사 사옥 매각 3220억 원이 포함됐다. 올해 3분기에 반영된 8월 신한투자증권의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1357억 원)까지 고려하면 통상적인 영업 활동 기준으로는 기존 순이익 기록과 비슷하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5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4382억 원)보다 9.1% 증가했다. 역대 최대인 2022년 3분기 누적(2조6620억 원)에 버금가는 순이익 규모다. 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 원을 초과 달성하며 ‘연간 당기순이익 3조 원’을 향한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 나갔다”고 밝혔다.
주요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도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자이익(2조8550억 원)은 작년 3분기(2조7633억 원)보다 3.3% 늘었다. KB금융의 3분기 이자이익(3조1650억 원)도 1년 전(3조1246억 원)보다 1.3%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같은 기간 이자이익(2조2190억 원)도 1.5% 늘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를 거슬러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3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되며 시장금리는 떨어졌던 시기다. 일반적으론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두 달 미룬 여파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은행권에 대출 억제를 압박했다. 이에 은행은 시장금리 흐름을 거슬러 대출 기본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줄줄이 올리면서 예대마진 축소 폭을 줄였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했고 이는 순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 마진을 불리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주문을 내면서 여러 차례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미룬 게 아쉽다”면서도 “은행도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부담을 살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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