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발강관 1세대, 부품 국산화 성과 바탕으로 100년 기반 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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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에이

㈜스틸에이는 대한민국 인발강관 산업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해왔다. 1979년 현대철강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스틸에이는 정밀 인발(선재나 파이프를 만들 때 구멍을 통해 금속을 눌러 짜서 뽑아내 필요한 형상으로 길게 만드는 가공)강관 제품을 주력으로 40여 년이 지난 지금 연간 3만4000t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40년 인발 경쟁력으로 끝없는 혁신

스틸에이의 성장은 한국 산업화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스틸에이의 창립자 이철원 회장은 1979년 산업화 시기에 철강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파이프 계통의 대리점으로 시작해 2차 가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해왔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약진하던 시기에 우리도 판매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발이나 2차 가공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스틸에이는 국내에 인발 가공 기술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정밀 파이프 분야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 제품이 국내시장 대부분을 차지할 때다.

2004년 현대철강으로 설립된 스틸에이는 1997년 국내 최초로 인발 부문 기계구조용 탄소강관 KS를 획득하며 국내 인발강관 업계 발전에 기여했다. 2004년 스틸에이로 상호를 변경한 후 2010년에는 ‘500만불 수출의 탑’ 및 대통령상 표창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인발 분야 한 우물만 파온 저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회사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장 역량을 높여왔다. 2008년 부품 가공업체 일호P&T를 인수해 가공 분야로 진출했고, 2014년에는 인발 재료관 업체인 코스코를, 2020년에는 소구경 ERW(전기저항용접) 조관업체 비에이씨를 차례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조관에서 인발, 가공에 이르는 턴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전략은 안정적인 소재 공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 원활한 물류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0년부터 매출이 꾸준히 신장하고 있으며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 다양한 파이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명실상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스틸에이의 주요 제품군은 자동차 부품용으로 쓰이는 샤프트, 칼럼, 부싱, 스티어링 파츠, 쇼크업소버, 가스 스프링 등이다. 회사는 향후 신규 국가산단에 연구소기업을 설립해 완성품 가공과 조립 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급화시켜 중국 등 후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 고객사 요구를 만족시켜왔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통해 후발 주자와 격차 벌려

㈜스틸에이 생산 현장. ㈜스틸에이 제공
㈜스틸에이 생산 현장. ㈜스틸에이 제공
스틸에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꾸준한 설비투자다. 열처리, 전처리부터 냉간인발, 절단, 방청, 검사와 출고에 이르는 제조 공정 전 라인에 국내 최초 전자동화를 구현했으며 소둔로, 전처리탱크, 냉간인발기, 교정기 등 첨단 설비와 와류탐상기, UTM, 진원도검사기, 3차원측정기, 경도기, 금속현미경 등 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결과 스틸에이는 냉각 인발강관 제조 기술 특허등록을 2건 획득했고 ISO9001 인증을 취득했다. 또 대구시가 지정하는 ‘대구스타기업 100’에 선정됐다. 과감한 투자로 생산 설비도 개선했다. 무산화 열처리기를 도입해 불량률을 낮췄고 다발식 인발장치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경도기, 금속현미경, 조도측정기 등 검사 장비를 활용한 것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꾸준히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다년간의 노력을 통해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한편 이 회장은 국내 기술력으로 해외를 누비는 현 상황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R&D 사업 보조 등 연구개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라며 “자체 연구소를 갖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고급 인력을 채용하는 일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기업과의 급여 간극을 줄여준다든지 중소기업 근속 연수 연장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정도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사업 다각화 대신 기존 사업을 개선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도 경영 강조… 평화-봉사에도 힘써”


[인터뷰] 이철원 ㈜스틸에이 회장

스틸에이 이철원 회장(사진)이 반세기에 걸친 기업 경영 노하우와 국제 민간외교 활동 참여 경험을 밝히며 철강 산업의 미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신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스틸에이의 성장 전략에 대해 “예전엔 보통 중장비, 자동차 부품 중 부싱 등에 들어가는 고무와 파이프 수요가 많았는데 이는 큰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들이 아니었다”라며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에 주력한 결과 실린더 부품과 가구용 에어 스프링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 가능한 제품들을 개발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쇼크업소버 제조 기술에 대해선 “해당 제품은 조도(표면 거칠기)가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우리는 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틸에이는 이케아에 쇼크업소버를 납품하는 중국의 주요 기업들과 거래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 회장은 “철강, 특히 소재는 산업의 근간이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업을 반세기 가까이 경영하며 사업 다각화 등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이어왔다”고 말했다.

2세 경영을 앞두고 이 회장은 ‘정도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들인 이상진 대표에게 “경영자로서 정직하고 투명한 재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업 경영 외에도 국제 민간외교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그는 작년까지 국제 민간 평화봉사 단체인 ‘국제피플투피플(PTPI)’ 한국본부 총재를 지냈다.

PTPI는 1956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창립한 단체로 세계 평화 구현과 지역사회 봉사를 목적으로 한다.

이 회장은 PTPI 활동에 대해 “미국은 한국과 가장 긴밀한 우방국으로서 경제, 안보 등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PTPI가 민간외교 단체로서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PTPI 한국본부에서 개최해온 50여 차례의 연례행사에 참석한 주한미군 장병들이 세계 평화와 자유 수호를 위해 힘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따뜻함을 느끼게 됐다는 말을 들을 때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100년 기업을 향해#기업#㈜스틸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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