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역사 유기농업, ‘농업 한류’의 시작[기고/유대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30일 03시 00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대열 인증관리과 과장
유대열 인증관리과 과장
최근 우리나라의 한류 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K-무비, K-팝, K-뷰티, K-푸드 등이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농업 분야에서도 농업 한류를 뜻하는 K-팜이 있다. 이 농업 한류의 시작이 ‘유기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09년 미국의 토양·식물영양 학자 프랭클린 하이럼 킹은 한국·중국·일본을 여행하면서 ‘40세기 동안의 농부들(Farmers of Forty Centuries)’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미국에서 작물을 재배한 지 200여 년 만에 토양 양분이 고갈돼 작물의 수확량이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이 동양 국가들에선 4000년 동안 같은 작물을 같은 땅에 심고 생산하는 농업기술에 깜짝 놀랐다.

당시 한국의 농부는 모든 것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지푸라기 같은 부산물로 퇴비를 만들고 사람과 동물의 분뇨까지 토양에 투입하고 있었다. 또한 농부들이 지형에 맞게 작물을 선택해 저지대에선 벼를 생산하고, 마른 땅에는 밀·보리·기장을 심고, 다른 작물 재배 사이에 콩 같은 작물을 돌려 심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농업은 신기하고 또한 과학적이었다. 그가 저술한 책은 유기농업의 고전이 됐고 후에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이 기본적인 농업기술이 현대의 유기농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기농업 국제 기준인 코덱스에서도 각 지역에 맞는 최적의 작물을 선택하고, 콩과 작물을 돌려짓기하며, 농업 활동으로 만들어진 부산물과 가축의 분뇨 등을 퇴비로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옛날 한국의 기술이 현대의 국제기준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스마트팜이 농업 한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기반은 바로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유기농업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 분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현대 유기농업에서는 합성 비료, 합성 농약, 항생제, 방사선 조사, 유전자변형생물체(GMO), 나노기술 등 6가지 인위적인 화학물질 및 과학기술을 배제하는 기본 원칙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유기농 인증은 6가지 금지된 물질·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생산 과정에 대한 인증이다. 유기농 농업인은 편리한 농업기술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일반 농산물 생산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업인을 대상으로 인증 기준에 맞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소비자가 인증품을 믿을 수 있도록 잔류농약·항생제 등 금지 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농업 토대와 함께 탑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업은 농업인과 소비자를 식품이라는 사슬로 연결해 줄 뿐만 아니라 환경·사람·사회를 연결해 준다. 소비자는 유기농을 건강 유지, 환경보호를 이행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최근 농업인들은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친환경 인증 농산물의 소비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가 진정한 유기농의 의미를 알고 적극 소비하는 것이 생산자에게 힘을 보태 주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나라의 유기농업 전통을 계승하면서 세계에 K-농업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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